3화_출구가 정해진 환승역

30대 직장인의 자전적 소설

by 문득

지금까지 나의 목표는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수능을 잘 봐야 한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선 공부 외에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지난 20년간 나의 이성과 감정을 통제하며 살아왔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좋은 대학에 가면 모든 게 잘 될 거라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대에 왔지만 20대 때 써야 할 에너지가 이미 고갈되어서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도, 다른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모든 것이 술술 풀릴 것 같던 나의 대학생활은, 점점 방황과 은둔의 늪으로 빠지고 있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동안 한 번도 방황하지 않던 딸이,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가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셨고, 하루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길 바라셨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난 이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춰 살아왔다. 더 이상의 맹목적인 삶은 나에게 가혹한 굴레이자 끝없는 희망고문이 될 게 분명했다. 대학에 오면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취업을 위한 온갖 시험과 자격증, 스펙 쌓기를 위한 치열한 전쟁터였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인생 최초로 내가 원하는 나만의 길을 개척해나갈 것인가, 아니면 남들처럼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대외활동을 하고, 어학연수를 가는 등 스펙을 쌓을 것인가.


습관이란 참 무섭다. 막상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을 때,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있기나 할까?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사람들을 동경해오긴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냉엄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내가 익숙하게 해왔던, 내가 해야 되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난 졸업 전 취업을 목표로 세우고, 남은 3년 동안 내가 해야 될 것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하기 시작했다. 목표가 확실해지자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불안과 초조함은 잊혀지고, 목표에 대한 집념과 의지가 싹트기 시작했다. 난 역시, 확실한 목표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불안해지는 사람이었다.


나를 움직이는 건, 나 자신이 아니라, 이 사회와 이 시대에서 통용되고 인정되는 기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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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https://pixabay.com/ko/photos/msn-편지-방향-노란색-446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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