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_You've got mail

30대 직장인의 자전적 소설

by 문득

'안타깝게도 이번에 귀하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10번째, 그리고 마지막 퇴짜 메일이다. 서울에 있는 저 많은 빌딩 중에 내가 앉을 책상 하나 구하는 게 이렇게도 힘든 일이었던가. 어렸을 때 TV에 나오는 회사원들이 좁아터진 책상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회사원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그 많고 많은 회사원 중 한 명이 되기 위해 이렇게 발버둥 치고 있다.


대학 4년 간 각종 자격증과 어학성적을 따고, 교환학생과 대기업 인턴까지 마치고 나니 취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상반기 공채에서 대기업 10군데만 골라 지원을 했는데, 5군데는 서류전형에서 광탈했고, 3군데는 필기시험에서, 2군데는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입사지원서만 내면 바로 취업이 될 줄 알았지만, 단 한 군데서도 합격통보를 받지 못한 채 속절없는 시간만 흘러갔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소서 쓰는 것을 멈추고 광화문 광장으로 갔다. 예전부터 마음이 울적할 때는 야밤에 혼자 광화문 광장을 찾곤 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인생무상에 빠져 넋두리를 하러 온 곳도, 남자 친구와 헤어져 눈물, 콧물 흘리며 방황하던 곳도 여기였다. 특히, 지금같이 어둠이 짙게 내린 광화문 광장은, 나 같은 우울한 영혼이 잠시 숨어있기에 딱 좋은 곳이다.


광장 한가운데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보인다. 저 두 분이 살아계신다면 나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될 때까지 도전해보라고 하실까? 나도 지금까지 '될 때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살아왔고, 운 좋게도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여기까지 왔다. 아직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실패는 소리 없이 찾아와 나의 운명을 바꿔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실패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 순간이 참 야속하고 더디게 지나간다.


모처럼 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가 되어 긴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나니, 어김없이 하반기 공채시즌이 찾아왔다. 긴장된 마음으로 맨 처음 뜬 채용공고를 클릭한다.


'ㅇㅇ기업 대졸 신입사원 공채, 직무별 00명 채용, 서울 근무, 동종업계 최고 연봉...'


역시 이번에도 몇 명을 뽑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00명'이라고 표시된 것은 두 자릿수 채용을 의미한다. 여기서 '0' 하나가 빠지는 순간, 모든 취준생들의 한숨과 고민이 깊어진다.


'자, 이번엔 자소서에 어떤 내용을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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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https://pixabay.com/ko/illustrations/메일-주소-아이콘-메일-봉투-143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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