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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생강 Sep 27. 2022

‘두목이’란 고양이

두목이 영감은 다 계획이 있다


저러고 자고 있는 회색 ‘두목이’ 저 영감은 다 계획이 있다.

동작이 많이 빨라진 저늠 역시 주인을 버리고 우리 집에 온 고양이로 이제 대장 행세를 한다. 아주 약은 늠이다. 온갖 하악질을 입에 달고 산다.


처음에 늠은 아팠다. 동작이 매우 느렸고 그렁그렁 목쉰 소리를 했다. 그래서 약이랑 사료를 챙겨 줬더니 찜질방 부뚜막 근처에 자리를 꿰차고 아예 눌러앉아 버렸다.


게다가, 이제는 집에 놀러 오는 다른 예쁜 길고양이들을 얼씬도 못하게 쫓아내기까지 하고 있다.

그럴 때는 다 늙어 빠진 고양이 영감이 어디서 그렇게 호랑이 파워가 솟아나는지 아주 잽싸게 날아다닌다.


그 모습은 마치, 이가 다 빠진 늙은 영감이 한쪽 바지춤을 걷고서 삐딱하게 곰방대를 빨고 있다가 누군가 대문으로 들어올라치면 벗어 놓은 고무신도 제대로 신지 않고 날쌔게 쫓아나가 욕 사래를 퍼붓는 것 같다.

거센 하악질과 함께 아주 볼만한 드라마가 시작되는데

다 늙은 고양이 영감이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는지…

앞마당을 한번 들었다 놓는다. 주인도 아니면서 참 심술궂게 행동한다.


그리고는, 말리는 나를 보고 실실 다가와 웃으며, ‘꾸웨엑~~ 으흐흐흐~’ 하다가 대문에 인기척이 나고 손님이 올라오면 갑자기 돌변하여 유순하고 느린 고양이로 변신한다.

그리고, 친한 척 다가가며 살뜰하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ㅇ, 손뉨~ 어숴 오쉽쉬옹~ㅇ’

나이든 고양이, 두목이 영감은 다 계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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