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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Dec 21. 2023

단순한 새해 인사가 아니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나는 다이어리를 꾸준히 쓴다. 벌써 4년 째다...


1000일 넘게 써내려 오는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것에도, 일종의 패턴이 존재한다. 특히, 12월이 되어가면 유난히 '어느새'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그 말은 즉슨, 그 멘트를 작성할 때쯤에는 그야말로 어느덧 한 해가 또 그렇게 흘러가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말이 되면 감정적으로 센티해지기도 하고, 나의 한 해를 돌아보면서 그간 잘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학업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은 또 얼마큼 잘 쌓았는지까지...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되는데, 역시 빠질 수 없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다져왔는지의 여부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때로 내게 진짜 소중한 사람들에게 유난히 소홀했던 시간들도 많았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 점을 인지한 즉시, 나는 휴대폰 메모장을 켜고 새해를 맞으면서 꼭 인사를 전할 사람들을 정리해 본다.

"

처음에는 내가 순간적으로 소홀했다고 생각했던 그 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메모장을 켜지만, 쓰다 보면 끝없이 쏟아지는 내게는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넘쳐난다. 

"

우선 가족들이다. 누구라도 가족들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겠지만, 내게는 더욱 특별하다. 바로 내가 중요시 여기는 '정'이 넘치는 가족이기 때문...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우리를 생각하시는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내게 큰 도움을 주는 츤데레 누나도 정말 내겐 소중한 존재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감사함을 자꾸 까먹을 뿐...


한편, 나는 그 누구보다도 선생님들과도 각별했다. 특히, 일주일 중 100시간 이상을 보내며 기숙사 생활을 했던 배명고등학교 선생님들과는 더욱 그러한데, 지금까지도 나는 1,2, 3학년 담임을 맡아주셨던 선생님들 모두와 연락을 이어가는 중이다. 항상 찾아갈 때마다 밥도 사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시는 그분들께는 누구보다 먼저 인사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역시나, 친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현재 같이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베프 정빈이나 기원이라는 이름을 한 녀석들 뿐만 아니라, 비록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에 있는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잊지 않고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다녀온다거나, 교환학생 등 생활을 하면 오래 떨어져 지냈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의 소홀함은 내게 그저 핑계로만 여겨진다. 


글을 마무리하며,

내가 새해 인사를 전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 곁에 있던 모든 사람과 얕은 인맥을 유지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적어도, 내게 소중한 사람들, 다시 말해 어떤 다른 이해관계도, 목적성 없이도,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좋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싶어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내가 연락을 한 그 사람은 따뜻함 속에서 새해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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