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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Dec 14. 2023

비행기 13열, 그리고 박수 소리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A. 비행기 13열, 박수소리가 웬 말?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 보면, 주말 등을 이용해서 주변 국가들로 쉬이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럴 때면 기차나 야간버스, 혹은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저가항공을 이용하기 마련이다. 가장 빠르면서도, 오히려 다른 교통수단들보다 저렴할 때도 많기 때문.


그러나, 외국 항공사들을 이용하다 보면 독특한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한 번은 내가 13D 좌석에 앉아 착륙 뒤 이어폰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때, 앞뒤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더니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놀랐지만, 곧바로 별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그들의 안녕한 착륙을 기념하며 절제된 박수를 치며 동시에 정제된 환호성을 질렀던 것이었다. 


B. 그들은 무엇에 박수를 보내나


가장 먼저, 그것은 기장님에 대한 감사의 박수일 수 있겠다. 비행기를 타다 보면, 기상여건에 따라서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기도 하고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우리 마음속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목적지까지 안녕하게 도달할 수 있는 건 기장의 노련함과 노력 덕분일 것이다. 안전한 도착은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을 책임지고 무사히 비행을 맡아주신 기장님의 노고가 분명히 개입된 산물이기에, 우리는 그에게 존경의 박수를 표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편으로는, 그 박수와 미소는 우리 자신을 향한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물론 비행기를 타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당연한 일은 한 개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도 새로운 곳에 안전하게 발을 들인 우리 자신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서도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행동은 그만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소한 순간이라는 게 있을까?


새삼, 일상의 모든 일들에 무덤덤해져서 상대적으로 큰 성공에만 몰두하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일상의 모든 결실에는 누군가의 노력과 나의 행운이 깃들어가 있는 것인데.. 참 부끄럽다. 


C. 세상에 당연한 건 없고, 감사할 일은 많다

이처럼 우리는 세상에 당연한 일이 하나도 없음을 알고, 일상의 사소한 성공에도 감사를 드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유럽 사람들의 문화로부터 배울 수 있는 이러한 마음가짐은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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