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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Aug 14. 2021

눈의 여왕의 귀환

우리, 현대인들이 어쩌면 잊고 있는 것.

1. 프롤로그


카이가 켈다의 도움을 받아 눈의 여왕으로부터 살아 나온지도 어느덧 수년이 흘러 지났어요.
하늘 세계에서는 하느님이 새로운 원칙을 세워 다시는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죠.


그리고, 천사들과의 논의 끝에, '정의와 공평' 이 새로운 원칙으로 선정되었어요.


2. 악마의 반격


하늘에서 그러한 일이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 은밀하게 살고 있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악마였어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저녁놀 너머에서는 악마가 거울 만들기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어요.
"킥킥킥 이 정도면 완벽해, 나의 영광의 요술거울을 드디어 완성했다!!"
악마는 약 10년 전 요술거울을 하느님으로부터 깨뜨림을 당한 이후부터 내내 더욱 탄탄한 요술거울을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결과, 이 전의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악랄한 요술거울이 탄생했어요.
이에 한동안 잠잠했던 악마는, 다시금 기지개를 켜며 활개를 치기 시작했지요.
"다시 장난을 좀 시작해볼까? 히히히."

악마는 그 전보다 더욱 악랄하게 거울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나무, 바위와 같은 자연뿐만 아니라 천사에게까지 거울을 함부로 비춰댔어요. 넘어서, 이제는 지상 세계의 사람들에게까지 비추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었죠.
이는 분명히 하느님의 '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었어요.

이에 하느님은 비와 바람, 번개를 동원해서 악마의 거울을 겨냥했어요.
"이놈! 네놈의 거울을 깨뜨려야겠다!"
비구름을 이용하는 것만이, 하느님 자신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하느님이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이었죠.
하지만, 이미 한 번 거울이 깨져본 악마는 새로 거울 만들 때, 절대 깨지지 않는 요술 구슬을 녹여서 만들어냈어요.
이 때문에 하느님의 어떠한 비구름 공격에도 악마의 거울은 끄떡없었죠.

이제 방법은 하나뿐. 하느님이 천사를 보내 직접 악마의 거울을 빼앗아 오는 것이었어요. 하느님은 결국 천사를 보내 거울을 내놓을 것을 명령했어요.

그런데, 이성적이고 똑똑한 척하기 좋아하는 악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하느님, 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똑같은 거울인데 왜 제 것만 앗아가려 하세요.
저는 도저히 이런 행위를 용납할 수 없어요!! 만약 다른 모든 거울들을 가져가신다면, 그때 제 것도 드릴게요. 흥!"
하고 요술 거울을 꽁꽁 숨겨버렸어요.

'역시 나는 똑똑해. 이 방법이면 공평하기 좋아하는 하느님이 내 것을 가져가지 못하겠지?' 하고 악마는 생각했어요.

과연, 악마의 생각은 적중했어요. 하느님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진 나머지, 악마의 술수에 대응할 만한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를 않았어요. 평소에 자신이 이야기했던 정의와 공평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기에, 이제 와서 예외 사항을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3. 눈의 여왕의 귀환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하느님은 마땅한 방법을 고민 고민하다가 몸져누워버렸죠.

유독 추었던 그날도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요. 그때, 파랑새 한 마리가 창문으로 날아들더니 새파랗고 차가운 기운이 하느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어요. 하느님이 돌아보니, 해가 지고 있는 서편 저만치에서, 한 여인이 천천히, 그러나 힘차게 걸어오는 것이었어요.

"아니, 이게 누군가. 눈의 여왕, 아니 눈꽃 천사. 자네가 여기는 웬일인가?"
눈의 여왕은 사실 옛날에 하느님의 나라에서 겨울과 관련된 일을 도맡았던 '눈꽃 천사' 였어요. 그 누구보다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었죠. 그러나, 지상에 봄을 내려주는 시기를 놓고 다른 천사와 말다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눈의 여왕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마음을 삐뚤게 먹어 눈의 나라로 도망간 것이었어요.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어요.
"카이와 켈다가 낱말을 완성한 이후, 저는 고통 속에서 이미 세상을 등졌습니다. 하지만 차마 제 영혼은 카이와 켈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이 세상의 숙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떠돌고 있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으니, 부디 제가 이승에서의 과오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

두 눈의 새파란  눈빛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매서움과 강렬함으로 가득 찼지만, 이전과 달리 그 두 눈동자에서 따뜻함이 엿보였어요.
아마도 켈다와 카이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을 보고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분명했어요.
이에, 하느님도 이번만큼은 눈의 여왕을 믿어보기로 결정했어요.

"비록 네가 지난날에 많은 아이들을 납치하고 꽁꽁 얼려버리기는 했다만, 켈다와 카이의 용기로 그 아이들도 대부분 풀려났고, 너 또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니 내 속는 셈 치고 네 말을 한번 들어주겠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사랑스러운 카이와 켈다 마을 사람들에게 까지 미칠 수 있는 악마의 소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땅한 방법이 있겠느냐?"

...


4. 정의의 실현


다음날 아침이 밝았어요.
하느님께서는 모든 천사들을 불러모았어요.
"천사들아, 오늘부로 이 세상의 모든 거울을 거두어들여라!"

그러자 수많은 천사들이 반대 의견을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하느님 아니 됩니다. 당장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연예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며, 옷을 깔끔히 단장해야 하는 군인들 또한 거울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거울을 불러들이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여기저기서 천사들이 계속해서 웅성거렸어요. 그때였어요.
"우르르릉 쾅쾅!!"

그 소리를 낸 사람은 다름 아닌 눈의 여왕이었어요. 그리고, 피가 나는 손목 밑에 떨어져 있는 것은, 이 세상에 몇 개밖에 없는 눈꽃 천사 가문의 '은하수'라고 불리는 거울이었어요.
대장 천사가 놀라며 말했어요.
"아니, 눈꽃 천사! 이게 무슨 짓인가. 당신의 선조께서 물려주신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거울을 깨뜨리다니..."
눈의 여왕은 대답했어요.
"저 하늘 아래의 백성들이 한없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마당에, 이따위 '은하수' 시리즈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런 거울 없이도 우리, 그리고 저들이 살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눈의 여왕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되어갔고, 말하는 와중에 그녀는 점점 희미해져 갔어요.
"제가 오늘 잃은 건 어쩌면 소중했을지도 모를 거울 한 점이지만, 그러는 이 시간에도 저 밖의 백성들은 악마의 요술거울로 인해 소중한 가족과 아이들을 잃고 있습니다. 부디 제 말을 명심해주세요. 악마의 거울을 빼앗아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거울이 사라져도,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더 도움이..."
"누, 눈의 여왕, 아니 눈꽃 천사!!"
하느님과 신하들이 애타게 불렀지만, 눈의 여왕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어요. 이제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이었어요.

그녀가 떠난 뒤, 잠시간 정적이 흘렀어요. 눈물을 머금은 천사들도 몇몇 있었지요. 잠시 뒤, 한 신하가 자신 있게 외쳤어요.
"눈꽃 천사의 말이 옳습니다! 최대한 빨리 악마의 거울을 빼앗아야 합니다!"
"맞아요."
"그럽시다! 이 세상의 모든 거울을 없애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 백성들의 고통을 두고 봐서는 안됩니다!"
몇몇 천사들은 여전히 눈의 여왕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하느님은 이번만큼은 그녀가 옳다고 여겼어요.
하느님은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기도를 올리며, 곧바로 명령을 내렸어요.
"여봐라! 이 세상의 모든 거울을 거두어들여라!"

그 시간, 악마는 곧 있을 거대한 계획을 상상하며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콰콰쾅, 우직-!"
악마의 집의 문은 부서졌고, 집행관 천사들이 들이닥쳤어요.
악마는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고, 이내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어요.
"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당신의 거울을 가져가야겠소."
천사는 말했어요.

악마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응수했어요.
"내가 알기로 하느님은 공평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지. 그런데 과연 내 거울만 무슨 이유로 가져간다는 거지?"
천사는 이 말에 대꾸하지 않았어요. 다만, 조용히 그리고 느긋이 창문을 열어 밖의 풍경을 악마에게 보여줬어요.

"뭐,, 뭐지..??"
악마의 집 너머 지상 세계에서는 모든 백성들이 자신의 거울을 반납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어요.
"으,, 으악!! 이건 말도 안 돼!!"
아무리 똑똑한 척하기 좋아하는 악마였지만, 이 모습을 본 이상 그 또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어요.

'조만간 백성들은 분명히 지칠 거야. 그때 내 거울도 다시 달라고 해야지.'


5. 달라진 일상

과연, 백성들은 이후 얼마간 새로워진 일상에 힘들어했어요. 하지만, 이내 그들은 잘 적응해냈어요.
"호호 오늘 너 화장이 되게 잘 먹었다!"
"장군님, 왼쪽 명찰이 조금 삐뚤어지셨습니다!"

연예인들은 거울 없이도 서로의 얼굴을 챙겨주며 지냈고, 군인들은 거울 없이도 서로를 도와 척척 옷 단장을 잘 해냈어요.

"자기야, 나 좀 똑바로 봐봐."
부부싸움으로 대화가 단절되었던 부부도, 서로의 외출 준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와주는 과정에서, 한동안 끊겼던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어요. 잠시 집 밖에 나가 있던 가족 간의 사랑과 화목함도, 대화가 재개됨에 따라 다시금 가정 곳곳에 깃들기 시작했죠.

이처럼, 백성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거울이 사라짐을 두려워했지만, 막상 적응하고 나니 오히려 더욱 자유로워지고 친절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단 하나'씩의 거울을 반납했을 뿐이지만, 역설적으로 이웃, 가족, 친구를 포함한 '주변 사람'이라는 수많은 거울이 매일 아침 자신을 열심히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점차 시간이 흐르자, 마을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이야기도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마을에는 이웃들 서로서로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소리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어요.


악마는 이러한 모습을 예상하지 못했던 차라,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풍경에 괴로워하다가 병이 들었고, 결국엔 죽어버렸어요. 악마가 죽어버리자, 더 이상 백성들을 괴롭히는 세력은 없었지요. 카이와 켈다도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했고 각자가 원하는 꿈에 한 발씩 내딛기 시작했어요.



6. 에필로그


시간이 흘러 켈다는 법관이 되었어요.
"시민들의 여가 시간 보장을 위해 매월 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추억 보장법을 제정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언제나 주변 사람들과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쌓기를 바랐고, 관련된 법을 만들어 사람들로부터 많은 칭송을 받았어요.


한편 카이는 이전에 켈다에게 도움을 주었던 꽃들이 고마워, 예전을 추억하며 꽃집을 차렸어요. 카이의 꽃집에는 장미꽃과 나팔꽃, 데이지와 같은 온갖 꽃들이 총출동했어요.
"나를 보면 첫사랑과의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후훗, 장미.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여러분 저, 데이지를 가져가서 침대 맡에 두면, 무지개 위에서 몽실몽실 뛰어노는 꿈을 꿀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의 꽃집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꽃들의 재잘거림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어요. 카이는 이러한 다양한 매력을 지닌 꽃들을, 마음이 차가운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며 마을을 따뜻하게 만들었죠.

이제는 그 무엇도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지 못했어요.
이후에 하느님의 나라와 지상 세계의 마을에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와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그리고 천사들의 행복한 미소 만이 가득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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