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 몬스테라 아단소니의 의미를 담은 시편지

by 별숲지기


구멍으로 빛을 전하는

몬스테라 아단소니를 보며

너를 향한 빛 구멍을 생각해본다


눈구멍으로

너를 들여다보고

콧구멍으로

너를 알아차리고

귓구멍으로

너를 받아들이고

입구멍으로

너를 이야기한다


목구멍으로

진실이 넘어갈 때

우리는


붉게 번지고

살아 오른다

구멍난 삶으로





잎이 특이한 식물을 보았습니다. ‘몬스테라 아단소니’라는 이름이었지요.

잎에 있는 구멍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듯해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자세한 설명이 있어 제 궁금증을 풀게 되었습니다.

[몬스테라 아단소니 잎의 구멍은 아래쪽 잎까지 햇빛이 닿게 하고 강한 바람에도 잎이 찢어지지 않도록 돕는 진화의 결과이다 – 출처 : 네이버]


그때 갑자기 ‘구멍’이라는 단어 앞에서 마음이 한참 머물렀습니다.


나에겐 어떤 구멍이 있는지, 그리고 이 식물처럼 그 구멍이 다른 무엇을 살리고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하자 오십 이후 실수가 잦아 스스로 구멍이 많다고 표현하는 이런 모습도 누군가에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혼자 해 보았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저는 ‘빈틈없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맡아서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한 시간이면 처리할 일을 저는 여기저기 살피면서 마음 쓰다 보니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두 골몰하다 보니 하나의 일이 끝나면 몸은 매번 아팠습니다. 그런 삶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바로 ‘노안’이었습니다.

카톡 글자도 빨리 읽히지 않고, 노트북 화면도 선명하지 않아 노트북을 강아지 안아 올리듯 가슴으로 끌어와 바짝 보면서 일을 할 때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일 처리가 예전 같지 않지요. 손으로 쓰는 글자는 비뚤비뚤, 맞춤법도 틀리고, 문서 해석도 빠르게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제 모습이 초라해 참 우울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그걸 감싸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제 귓가에 들립니다.


어제는 저와 함께 일하는 저보다 살짝 어린 윤리 선생님께서 다정하게 말씀해 주십니다.

‘부장님께서 그동안 열심히 해 오신 거 누구나 다 알아요. 이런 실수쯤은 괜찮아요. 힘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혼자서 끙끙대지 마시고요.’

그 한마디가 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데 몸에 좋은 약이 들어가 온몸을 보랏빛으로 따뜻하고 은은하게 녹여주는 것 같았지요.


나이 들면서 눈과 귀가 약해져 무엇을 보고 듣는 게 희미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느끼는 감각은 충분히 살아있어 입을 열고 다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약해진 구멍들을 알아봐 주고 살펴주는 눈들이 있어 오히려 외롭지 않습니다. 저보다 눈이 좋은 선생님은 제 문서를 살펴주시고, 경험이 많은 저는 입으로 제 경험을 말해주니 정말 구멍으로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몬스테나 아단소니’가 구멍으로 빛을 전해주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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