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 속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보내는 시편지
인간에 대한 분노로
애가 타던 날
‘어떻게 그럴 수 있어’를 외치며
이를 박박 갈던 날
단단한 뚜껑으로 꽉 눌러
혼자서만 부글부글 끊이다
불꽃이 터질 듯 넘치려던 순간
은은히 다가오는
흰바람 소리에 열리어
와르르 솟아나는 뜨거운 눈물
서서히 식어가는 마음의 얼룩
큰일날 뻔했어,
자칫하면 분노의 오물 속에
갇힐 뻔했어,
다정하게 곁에 앉은 숨이
천천히 깊어지고
따뜻하게 잡아 주는 쉼이
환하게 비춰주니
누군가에게 나도
누군가에게 너도
우리는 모두
상처 위에서 숨을 쉬고
향기 속에서 피어나는 게 아닐까
깊어지는 숨 속에서
피어나는 하얀 꽃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다시 마음을 짓는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문제상황 속에서 어느 날, 잠깐 멈춰 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 거니?’
모든 복잡한 감정 감추려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제가 가끔 너무 미워집니다.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을 너무나 미워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게 너무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마음에 감춰 두었던 상처를 잠깐 바라보았습니다. 참 불쌍합니다.
이젠 그 상처를 꺼내서 보듬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올봄,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 저는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사랑, 그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조금씩 풀어야겠지요. 제 감정을 이해하고 부드럽게 만져주기로 했습니다. 꺼내서 그 미운 감정들을 조용히 살펴보니 그건 한쪽으로만 생각했던 제 좁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모를 건너편에 앉은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상상하자 비로소 저를 아프게 했던 그들을 용서해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제 마음을 푸근하게 만져주자 그들이 달리 보입니다.
우리는 모두 반쯤 기대어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너에게 상처를 받지만 다시 너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는,
물론 끝까지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제가 먼저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저 자신을 단단한 사랑으로 채워주니까요.
분노의 그 순간, 용서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쉽지 않지만 가장 아름다운 마음은 ‘용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야. 그 사람도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나도 그 사람에게 아픔을 줄 수도 있었을 거야.
우리는 어느 정도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부족한 사람들이니까
함께 나누며 살아가면 돼. 그러면 되는 거야.
이런 눈으로 오늘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저와 그 사람 사이의 온도가 몇 도는 올라간 것 같았지요.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은
나와 그의 감정을 차분히 이해하고
나와 그의 감정에 공감하고
무너진 나를 일으켜 상대방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일으키는 고귀한 향기가 용서라고 생각하니
세상에서 이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어
그 향기가 오래 남아
나를 또다시 일으키길 바라며, 시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