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마음을 일으킨 산이에게
너를 안고
너의 향기에 흠뻑 빠져
사랑해, 사랑해,
옹알옹알 되새기다보면
마음에 별이 담기지
두근두근 설레게
들어온 너에게
푹 파묻혀
가장 따듯하게
머무는 순간
포실한 털과 함께
가장 느리게
감기는 시간
코를 적시는 냄새가 좋은 너와
마음을 데우는 품이 그리운 내가
오묘하게 떨리며
아늑한
평온을 나누지
그게
행복이야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강아지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정성껏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그 이해되지 않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2년 전, 아파트에 살 때 여주 비행장에서 비행하는 저희 언니(아이들의 이모)가 이제 막 태어난 어린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너희 집안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
큰애는 당시 고3, 둘째는 중1이었지요.
저와 남편은 무척 당황했고(어쩌면 남편은 저보다 훨씬 화가 났겠지요) 두 딸은 정말 키워도 되냐면서 좋아했습니다.
큰애가 그렇게 기르고 싶다고 했을 때는 남편은 여러 이유로 단호하게, 저는 그저 힘들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는데 어느 날 강아지가 떡하니 집으로 들어왔으니까요.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저희 언니는 강아지만 놓고 가버렸고 저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 조금은 마음을 정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두 마리나 키우기엔 너무 버겁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두 마리 강아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습니다. 왠지 두 강아지가 산들바람처럼 들어온 것 같아 흰 강아지는 ‘산이’ 누런 강아지는 ‘들이’라고 지어주었습니다.
고민 끝에 흰 강아지만 우리가 기르고 누런 강아지는 언니가 기르라고 보냈습니다.
그다음 해 시골로 이사와 2년을 지내는 동안 가장 우리 가족을 든든히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집 강아지 ‘산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강아지와 함께 지내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같이 지내고 있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이 정도로 의지가 되는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강아지 진료비가 참 부담스럽기도 하고, 씻기고 산책시키고 대소변 처리하고 등의 문제가 참 귀찮았는데 이제는 이런 것들이 그렇게 크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제가 ‘산이’를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언니가 바랐던 것처럼 집안의 문제는 딱히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 문제와 함께 지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슴이 먹먹하고 머리가 아플 때마다 제 마음을 일으키는 우리 집 산이!
이건 엄마인 저만의 느낌이 아니라, 딸도 아빠도 모두 함께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
그 마음을 공유하고자 가족들과 함께 시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큰딸이 참 좋다고 해줘서 우리 가족에게 ‘산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산이의 꼬리는 퇴근 후 축 처진 아픈 어깨를 일으켜주고 깜깜한 밤을 무섭지 않게 해 주니까요.
이것만으로도 우리 앞에 놓인 그 문제의 무게에서 조금은 해방된 것 같습니다.
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삶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저에게 이렇게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에
이 이상야릇한 사랑의 경험을, 누군가에게도 조용히 건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