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을 맞은 나에게 보내는 시편지
나이는 먹는다고 말하지만
어느 순간엔
먹는다는 행위보다는
타오르다 사라진다고 할 때
나이듦을 가을길로 수놓는다.
오십 이후의 시간들은
하늘의 뜻에 따라
그동안 먹은 나이를 한 해 한 해 태워내고
결국은 텅 빈 연기되어 하늘로 가닿는거 아닌가?
아쉬움은 재로 남긴 채 말이다.
흐르는 오십 너머에서 우연히 옛친구를 만나면
타오르다 사라지는 삶을 위해 기도하자
무엇을 얼마나 태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직도 나이를 먹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
따스한 온기를 남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었던 날들
오십의 배부름을 풀어내고 가다듬자
올곧은 생각의 뿌리는 단단히 내리고
거칠게 물든 응어리는 모조리 뽑아내
빈자리 가득하여도 단정함이 빛나도록 말이다.
그대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다면
아직은 훨훨 타오르다가 정답게 사라지자.
외로이 나이듦도 얼마나 뿌듯하게 사랑스러운지
모두 내주고 떠나는 것이 얼마나 황홀한지
이것이 인생의 순리임을 제대로 깨달았다면
걸어온 오십의 길을 되돌아보고
걸어갈 날들을 바라보며
더이상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이젠 가진 것을 유유히 풀어내는
지혜로 가득한 그 푸근함으로
높은 하늘마저도
붉은 미소로 가득히
차오르고 있는 순간, 문득
오늘은 또 무엇이 나를 태우고
어떤 물빛이 내게 다가올까?
오십 이후의 생일은 무덤덤합니다. 나이의 숫자도 헤아리지 못할 정도이니까요.
떡국 먹으면서 나이 먹는다고 말하던 그 설렘에서 너무나 멀리 와있는 느낌입니다.
"나에게 나이는
먹는 게 아니라
나를 태우는 것이다."
문득 올봄, 하늘로 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곳에서 '태우다'라는 단어가 가슴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 사전적 의미를 떠올리며 나이에 대한 제 생각을 시로 담아보았습니다.
(태우다 1. 불씨나 높은 열로 불을 붙여 번지게 하거나 불꽃을 일어나게 하다.)
그간 제 안에서만 타오르던 불씨들을 조금씩 꺼내 번지게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사랑은 하얀색 한지에 고이 내려쓴 까만 한시들이었습니다.
순간 제 눈에 뜨겁게 다가온 그것을 고개 숙여 깊이 받아 들고 시인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아버지의 고결한 꿈과 사랑이 제 마음에 따뜻하게 닿아
푸른 꿈을 글로 전하는 힘이, 어둠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엄마로부터 세상에 나온 저까지 열명의 사랑들에게 시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제는 그 사랑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사랑하는 친구와 동료, 제자들에게 마음을 담은 시편지를 하나하나 고이 써내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