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슬샘, 이름에 머무는 위로

- 마음을 알아준 후배 선생님께 드리는 시편지

by 별숲지기


예쁜 사람은

이름만 봐도

그리워지지


그 사람의

이름만 봐도

고운 날들을

떠올린다는 건

참, 기적이야


순하게

마음 나누며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

산들바람으로 찾아와

나를 깨우지


사람의 이름속엔

사람을 살리는

추억의 공기가 있나봐


보고, 쓰고, 부르다

그리워지는

그 사람의 이름은

내 친구

꽃슬샘






2024년 휴직을 하고 시골로 들어왔습니다.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이었지만 만만치 않은 일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도 제 곁에서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행복해하는 우리 가족이 있어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때가 있었어요. 바로 강아지 '산'입니다.


휴직 전, 수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흐르는 시간의 틈마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문제들 앞에서, 털썩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후배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맞아요. 선생님"

"괜찮아요. 선생님"


그 단어들이 마음에 가득 퍼지면 다시 힘을 내면서 일어났습니다.

선배라는 게 참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믿고 응원해 주는 후배교사가 있어 큰 위로가 됩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풀을 뽑고 있는데

세계 책의 날이라면서 여기저기 다양한 도서관 소식을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영어교사에서 사서교사로 저처럼 직무를 바꾸신 고운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순간 외로운 마음을 다시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면서 이런 이름 하나 떠올려보았지요.

'꽃슬샘'


'마음속에 꽃을 '슬카장'품고 있는 샘. 혹은 샘처럼 꽃빛이 마음속에서 계속 나오는 분'

('샘'은 '선생님'을 말하기도 하고 물이 계속 나오는 '샘'을 의미하기도 함 / '슬카장'은 옛말로 '실컷', '한껏'이라는 뜻)


선생님을 "쌤"이라고 많이들 부르지만 저는 '샘'이 더 곱고 의미도 있는 것 같아 동료 선생님들께 '샘'이라고 나직이 불러줍니다.

혼자 또 즐거운 이름 만들기에 빠져 행복해하는 제가 참 웃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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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떠올리다 그 이름에 머물고,

거기에서 마음이 움직여 새로운 단어를 지어보는 것.


꽃슬샘의 이름은 나를 깨우고,

내 일상에 작은 빛이 되어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름 하나에 기대어,

우정을 다시 배우며 행복을 적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