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없는 나는

- 스마트폰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을 위한 시편지

by 별숲지기

스마트폰이 없는 나는

엄마 때문에

외롭다고 생각했지


불빛 가득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밤,

노래를 들을 수 없어

나직이 흥얼거렸지. 나는


앉은 자리마다 피어나는

화려한 빛에 눈이 부실 때,

초라한 마음이 부끄러워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았지. 나만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

굵은 펜으로 하루를 지우다

낮게 울리는 진한 메시지

'수제비, 거의 다 익어가'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길

저녁노을에 젖은 사람들이

손끝으로 그것을 담을 때


나는 빈손으로

노을빛 언어를 마음에 담았지

아름다움이 오래 머물도록


엄마 덕분에

이제야 알았지


귀뚜라미 소리가 마음을 달래고

붉은 노을이 오선지 위에 번져


노래가 되고

사랑이 되고

추억이 된다는 것을


가장 먼저 다가오는 빛은

언제나 내겐

엄마의 숨결이었다는 것을

딸을 안은 엄마.png


학생회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복도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험기간 스마트폰 사용 주의' '시험 중 전자기기 소지 금지'

1학기 시험에서 안타까운 일이 있었기에 캠페인을 더욱 활발하게 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슬쩍 다가가 물었습니다.

"오늘 하루 너에게 스마트폰이 없다면 무엇을 하겠니?"

"아휴 선생님, 그런 일은 끔찍하죠...."

"아마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저는 "그런 대답 말고 다른 대답 없을까?"

저를 잘 아는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해줍니다.

"아! 강을 볼게요" "그럼 저는 산을 볼게요" "저는 하늘을 볼게요" "야, 왜 땅은?"

이렇게 끝말잇기 하듯 주변의 자연을 하나씩 불러 모읍니다.


"강, 산, 하늘, 땅이 오늘은 기쁘겠다. 예쁜 너희들이 바라봐줘서!"


오늘도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에 스마트폰보다는 이제 곧 문을 여는 신선한 가을바람을 조금 더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제자들과 이렇게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지만, 집에서는 그렇지 못한 부끄러운 엄마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마음을 몽땅 풀어내는 마음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예쁜 꽃, 볼품없는 풀, 귀여운 풀벌레, 징그러운 벌레가 모두 함께 어울려 그런대로 사계절의 멋을 보여주는 정원입니다.

제 글도 예쁜 추억, 못생긴 추억이 뜨거운 햇살, 바람과 비에 젖으며 그런대로 넉넉한 정원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 은밀하고도 사랑스런 정원을 갖게 된 게 지금 저에게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큰 딸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어느 날 저에게 자신의 메모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울고 나온 건지 얼굴은 붉어져있었지요.

저는 얼마나 아이의 마음을 잘 헤어리지 못하는 엄마였는지 그때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지요. 이렇게 힘들게 지냈구나. 우리 딸이......

스마트폰이 없어 조금은 소외되었던 일들, 그런 시간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딸아이의 글이 너무나 크게 제 마음에 닿았습니다.

아이의 슬픔과 함께 미안하고 부끄러운 제 마음이 겹겹이 쌓여 그날의 일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떠오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그때는 딸과 엄마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참으로 팽팽하고 서늘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때 그 순간이 오히려 아름답게 기억되니까요. 그리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스마트폰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아이가 너무나 대견하니까요.


며칠 전 딸아이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수업 들으면서 궁금해졌는데 엄마 인생에서 제일 큰 터닝포인트는 뭐야?"

"음.... 아이의 사춘기를 함께 보내는 엄마의 시간이지...."


아이는 제 글에 하트를 보내주었고 저는 또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때 그 메모장 아직도 있니"

"아니, 버렸는데"


실은 아쉬웠습니다. 그것은 그냥 메모가 아니었고 한 편의 시로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아마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에 사무쳐 스마트폰이 없어 힘들었던 딸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정원에 슬픈 마음을 단정히 내려놓았습니다.


그때는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너에게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언제나 먼저 다가가는 빛은 엄마일 거라고.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날 큰딸의 슬픈 마음에 제 희망을 더하니

글은 참,

우리 마음을 행복하게 만져줍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나는.png


# 스마트폰 # 딸과 엄마 # 인내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