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은 번진다네

- 꿈꾸는 일에 도전하는 이를 위한 시편지

by 별숲지기


그 자리에 이 꽃 하나 심으면 더 많이 번진다며

예쁘게 정원을 가꾸시는 아주머니 말씀에


아름다운 꽃을 가득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멈춰

이야기를 가슴 깊이 담고 그 꽃을 받았다


꽃이 번지다를 말하기만 해도 아름답게 번질 것 같은,

더 많이 퍼져 눈부시게 흐르는 꽃길이 될 것 같은,


이 교실에 그 꽃 하나 심으면 꿈이 더 번진다며

올곧이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꿈빛으로 알차게 여문 아이들을

만날 날의 설렘에 빠져


열정으로 솟아오른 날들이

사랑으로 번지도록 가다듬는다





감사의 계절 5월, 스승의 날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자기 집 정원에 있는 꽃을 저렴한 가격으로 파시는 아주머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집을 찾아갔어요.

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알록달록 자잘하게 예쁜 꽃들이 사방에 피어 있어 온몸이 꽃으로 물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심는 꽃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원생활을 해서 그런지 꽃을 심고 가꾸는 것에서도 행복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원생활을 시작할 때 만해도 그냥 지금 있는 꽃나무들만 보면서 살아야지 했는데 막상 봄이 되니 우리 집 마당도 꽃들의 오케스트라를 만들면 새로운 봄기운이 솟아날 것 같았지요.


다양한 꽃들 사이에서 무슨 꽃을 사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추천해 주십니다.


“이 꽃 갖다 심어봐요. 금방 아름답게 번질 테니”

“이렇게 작은 꽃이 여기저기 번진다고요?”

“그럼. 세 종류를 캐서 줄 테니까 간격을 많이 둬서 심어 보세요. 금방 번지니까요”


아주머니께서는 장에서 사다 심은 꽃, 산에서 캐온 꽃 등 예쁜 꽃들을 조금씩 모아 정원에 심어 놓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정원이 꽃으로 가득해 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양하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참 아름다운 일을 하신다고 생각했죠.

작은 꽃이 아름답게 번진다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갑자기 가슴이 설렜습니다.

내년엔 또 어떤 꽃이 어떻게 번질지 기대하시는 아주머니의 시간은 얼마나 뿌듯할까?


그렇다면 교사인 나는 무엇을 어떻게 번지게 하면 좋을까?

지난 추억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새 학기 첫날, 낯선 환경에서 어색하게 앉아 있을 아이들을 생각해 담임 시간 전에 읽으라고 아이들마다 한 명씩 써준 편지들, 어려워 공부하기 힘들다는 고전문법을 쉽게 가르치기 위해 만든 노래들, 비빔밥, 김밥, 화채를 만들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웃음들, 시를 선물하기 위해 코팅을 하고 시간 있을 때마다 하나하나 잘랐던 순간들, 생활기록부에 내용을 알차게 담아주기 위해 쓰다가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고 출근했던 시간들, 계절마다 다른 꽃향기에 젖어 함께 찍은 사진들, 크리스마스에 산타처럼 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줄 양말 보따리를 든 채 신나게 눈길 위를 뛰어가며 출근했던 장면, 수능 이후 고3 교실에 남은 차가운 허전함과 갑작스런 사고에 함께 슬퍼했던 날들.....


부끄럽기만 한 그때 그 열정이 지금 어딘가에 번져 있을까?

그저 제가 했던 작은 일들이 어딘가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열정적으로 만나는 후배 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날에 드리고 싶었지요.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아름답게 번지고 있는지.....


예쁜 아이들에 둘러싸여 풍성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정원에서 보았던 풍경과 같아

설레는 마음을 시로 담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아름답게 번지기를 바라면서요.


그리고 꿈꾸는 일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지금 시작하는 일이 작고 보잘것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기대를 갖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나중에는 여기저기 아름답게 번질 거라고요...


누군가에게 우연히 건넨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번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