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노래의 샘에 빠지다

- 나이듦 속에서도 여전히 아이 같은 마음을 품은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by 별숲지기


빛을 머금은 강물이

눈부시게 반짝이듯


꿈을 품은 아이들이

향기롭게 피어납니다


이 가을,

아이들의 꿈이 흐르는 곳으로

샘들의 노래가 함께 흘러갑니다


오늘,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샘들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노래의 샘 속에서

아이들의 꿈이 반짝이고

사랑의 선율이 끝없이 울려 퍼집니다


(* ‘샘’은 옹달샘의 ‘샘’이면서 선생님을 부르는 ‘샘’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노시인에게 고등학교에서 강의를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못하시겠다며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학생들과 호응이 잘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깊고 풍요로운 노시인의 시를 이미 교과서에서 만난 아이들에게는

누군가의 해석에 기대어 이해를 해버린 수학 공식 같은 시가 되었으니

시 자체에 온전히 빠져드는 것이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시인 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며 당신의 시로 온전히 끌어당기는 힘이 예전만큼 크지는 않으시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청해 보았지만, 시인의 마음은 단단히 닫혀 있었습니다.

얼마나 상처가 깊으셨을까 생각하다 보니

비슷하게 얼룩진 제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3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으로 구성된 교사 밴드가 있습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하는 까닭에 응원이라도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저 후배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로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교사 밴드 발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홍보용 포스터 문구를 만들어달라는 글이 밴드 단톡방에 올라왔습니다. 선정되면 커피 쿠폰을 선물해 주겠다는 대표의 간절함도 함께 보였지요.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글이 올라오지 않아 밴드 구성원이지만 특별한 활동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제가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홍보용 글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단톡방에 쓰게 된 동기와 함께 시를 올려 보았습니다.

“어젯밤 문득 빛이 닿은 물결이 반짝이는 것을 떠올리며

샘들의 소리가 아이들의 꿈, 그리고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던 꿈마저 떠올려 반짝이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를 지어보았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말 민망함과 부끄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40대 선생님께서 하트를 눌러주셨고 다른 선생님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젊은 30대 대표 선생님께서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단톡방에 올리시는데....

정말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쩜 이렇게 개성 있고 멋지고 시선을 사로잡는 홍보지를 만드셨는지......

멤버들의 환호성과 하트, 댓글이 이어지고 있었지요.

확실히 50대와 30대의 감성이 다른 건지, 아니면 제가 너무나 늙은 감성으로 살아가는 게 아닌지... 젊은 포스터를 보는 순간 여러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상처와 함께 약간의 분노, 미움, 부끄러움, 민망함, 초라함, 왜 그랬을까? 나의 주책이었나? 얼마나 속으로 비웃었을까?... 괜히 했다. 망신이야... 다시는 하지 말자...

그렇게 한참 감정이 꼬이더니 결국 이 문장 앞에서 마음을 편하게 놓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삐치면 더 부끄러운 사람이 된다’

그래서 저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은 조금 허전하고 씁쓸합니다.


나이가 들어보니

겉만 주름이 깊을 뿐 속은 어린아이 그때 그 감정 그대로인데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수 없어 숨겨야 하는 감정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가끔 그게 참 힘들고 쓸쓸합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내 진심이 외면당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금방 슬퍼집니다.

아주 사소한 듯해도

억세게 가슴이 아프지요.


생각은 또 이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날 내 젊음도 나이 든 누군가에게 그렇게 다가가진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니 또 다른 부끄러움이 밀려듭니다.


드디어 게시판에 홍보용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아이들이 착 달라붙어 출연하시는 선생님들의 이름을 보고 있습니다.

“와 멋지다, 보러 가자”

“맞아, 포스터도 공연하시는 선생님들도 다 멋지지!”

그렇게 말하고 나니

제 시는 거기 없지만 시에 담긴 마음이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제 마음은 편안합니다.

여기까지 이어온 생각이면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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