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어른

- 따뜻한 정을 나누시는 어르신께 드리는 시편지

by 별숲지기


똘이야, 보리야, 산이야,


촉촉이 부푼 안개가 사방으로 피어나

산빛을 뽀얗게 만져주고

너머에서 새들이 날아오고

나는 길마다 흩뿌린 빠알간 빛이

산기슭 마을 창가에도 닿을 즈음이면


똘이 아저씨는 빗자루로 앞마당을 쓸고

대문앞 좁은 오르막길을 또 씁니다


큰 차가 오르락내리락하니 조심하거라

비 오면 발이 젖으니 조심하거라


그 생각에 잠을 설치셨는지

오늘은 일찍부터 모래를 나릅니다

혼자서 영차영차


바퀴 주인의 찌푸린 눈초리와

거친 말들에 잔뜩 움츠러든

투정이 가득 담긴 웅덩이가

부드럽게 통통해졌습니다


구멍난 오르막길 위에 드러난

울퉁불퉁 검은빛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함께한 어르신들의 마른손 같아

디딜 때마다 쓰라렸습니다


똘이야, 보리야, 산이야

이제 맘껏 굴러다니거라


아팠던 길이 또다시 움푹 패일 수도 있지만

똘이 아저씨의 다정한 한땀 한땀을 기억하면서

더욱 단단해집니다


막내로 자란 똘이 아저씨는

높은 곳에 앉아 있든 낮은 곳에 홀로 섰든

모든 이를 귀히 여기고

새 울음, 닭 우는 소리, 강아지 소리에도

반갑게 화답하시며

마을의 적막한 공기를 긴 빗자루로 훨훨 쓸어내줍니다


봄 여름 가을의 열매를 나누고

갓 지은 밥의 구수한 향기 속에서

푸짐한 정이 피어납니다


매서운 소용돌이를 건너

낯선 길로 들어온 애달픈 삶을

들꽃 향기로 넉넉히 품어주는,

똘이 아저씨는


참다운 어른입니다.





면 단위 마을로 들어와 2년을 살았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면 될까? 그때 먼저 손을 잡아주신 분들은 이웃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은퇴 후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짓거나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오신 분들입니다.

평일에는 제가 일하느라 어르신들의 삶을 잘 보지 못하지만 주말에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면 정원에 앉아 함께 만드신 음식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시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입니다.

저는 그 사이에 잘 끼지 못하는 신세인데도 지나가는 저를 보면 꼭 불러서 농사지은 배추며 가지, 호박, 고추 등을 챙겨주십니다. 산에서 주운 밤까지 챙겨주시고 그 밤으로 만든 떡도 꼭 두 손에 담아주십니다.


한 번은 몸이 좋지 않아 주말에 산책을 하지 못했는데 앞집 아주머니께서 오셨습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아 걱정되셨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산에서 주운 밤으로 빵을 만드셨다며 따뜻한 빵을 두 손에 포근하게 올려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내가 칠십 가까이 살아보니 모든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더라고. 그러니까 너무 아파하지 마요"


이런 따뜻한 정이 제가 사는 곳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든든합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고 행동을 보면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저런 어른이 되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강아지 똘이를 키우는 아저씨는 해 뜨는 시간에 일어나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십니다.

당신의 집을 돌보시는 일도 하시지만 주변의 불편함을 다 파악하시고 해결해 놓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먼저 쓸어놓으시고, 웅덩이 때문에 운전이 힘든 곳은 모래를 뿌려놓으시고 풀이 무성해져 다니는 길에 방해가 되면 먼저 풀을 뽑아주십니다.


훗날 이 마을에서 지냈던 시간이 제 삶을 변화시켰다고 어디선가 말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참다운 어른을 만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