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흔들리며 성장하는 우리
함께 흔들리며 성장하는 우리
시소샘
나를 낮출 때 너가 올라가고
나를 높일 때 너가 내려가는 걸
시소를 타보니 보이네
오르락(樂) 내리락(樂)
짜릿한 설렘의 시소타기가
겸손과 배려에서 온다는 걸
눈을 마주하고 싶으면
힘을 맞추고 앉아 함께 노래하지
그러쿵, 아하
만남이 웃음살로 퍼지기 위해
높아지고, 낮아지고, 같아지고
기우뚱, 쿵더쿵, 살짝꿍
시소타기를 하듯
소중한 시간을 함께 흔들리며
눈맞춰가는 스승과 제자
소중한 시를
건네어주는
나는 시소샘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마음을 안고,
진로 교사 1년을 이렇게 지나왔다'
어릴 때 저는 어른들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압니다. 어른들도 흔들린다는 걸, 어쩌면 어른들이 더 많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걸
그럼에도 중심을 잡고 먼저 일어서서 넘어진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국어 교사와는 다른 진로 교사 1년,
12월이 되니 그간의 일들이 다시 보입니다.
내가 과연 부끄럽지 않게 이 학교에서 진로 교육을 해 온 걸까?
저는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국어교사로 5년 근무했던 학교에 다시 진로교사로 발령을 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아는 분이 몇 분은 계셔서 새내기 진로교사의 시작이 그렇게 두렵거나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로교사의 삶은 국어교사와는 매우 달랐습니다.
고등학교 진로 교사의 업무는 진로수업과 진로상담이 중심이고 대입을 준비하기 위한 입시설명회, 전문가 1:1 컨설팅, 학과설명회, 직업인 체험,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위탁교육 지원 등이 있습니다. 즉 수업과 상담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부서에 대한 지원입니다. 진로진학 지원부였던 거지요.
저는 그걸 1학기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는데 그걸 깨닫고 나니까 제가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분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관심'과 '경청'에서 '질문'이 만들어지고
'지원'이라는 방법으로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026년에 대한 설렘이 강하게 일어났습니다.
'관심'과 '경청'에서
'질문'과 '지원'으로
이런저런 일들로 지쳐있을 때마다 저를 일으키게 한 건 우리 아이들이었습니다.
1215명의 아이들과 90명의 교사, 그런데 진로 교사는 단 1명,
갑자기 그 외로움이 날카로운 창처럼 저를 아프게 찌르고 있을 때 조용히 저를 찾아와 주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 넓은 학교에서 혼자서는 행사를 준비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해보고 싶었습니다. 1, 2학년 각 반 1명씩, 함께 꿈을 모으고 꿈을 퍼트리는 '꿈나르샤' 모집공고를 냈지요. 다행히 24명이 모이게 되어 함께 행사를 진행하면서 책 속에서 성장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먼저 친해진 아이들이 한 명씩 상담을 신청하기 시작했지요.
상담을 받았던 1학년 김00 학생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주말에 죄송합니다. 궁금한 게 있어 연락드려요. 지구과학 관심 있는 친구랑 미술, 음악과 춤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싶은데요. 혹시 어떤 공간에서 할 수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리고 친구들과 공연을 해보고 싶은데 방송부에 따로 부탁드리면 될까요?
그리고 이런 활동이 저희 생활기록부에 반영이 될 수 있는지도 궁금해요"
"모두 같은 반 친구들이라면 담임 선생님께 행사 계획을 말씀드리렴. 그러면 학급활동이 되므로 자율활동이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담을 수 있단다."
"앗, 모두 반이 다른데 어떻게 하지요?...."
문자 대화가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전화를 했습니다. 아이에게 상황을 듣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활동을 왜 하려고 하니?"
"제가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왜 보여주고 싶은데"
"그냥...."
아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저는 아이다운 순수함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좋았어. 기회를 줄게.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단다.
생활기록부에는 단순히 네가 잘하는 걸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했다는 식으로는 담아줄 수 없단다.
그 활동의 의미를 네가 찾아서 나에게 알려줘야 해.
그리고 활동도 지속성이 있어야 한단다. 꾸준히 하다 보면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란다.
또한 그걸 통해 네가 어떤 성장을 해왔는지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이야기를 나는 듣고 싶은데?"
"어때? 시작해 볼 수 있겠니?"
"네, 좋아요 선생님, 해볼게요"
"그러면 나도 너희들을 지원해 줄 방법을 고민해 볼게. 우리 함께 해보자"
한 아이의 용기가 만든 공간,
'꿈덕꿈덕 우아미' 출발하다
이렇게 해서 '꿈덕꿈덕 우아미' 프로그램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꿈을 덕질하다 꿈이 덕이 되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미래- 라는 의미지요.
아이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에 푹 빠져서 그 안에서 자신의 덕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성장을 기대하며 이렇게 프로그램 이름을 지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 학생의 말에서 비롯된 이 프로그램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자기의 끼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지요. 아침 7시 30분부터 와서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학과탐구바이블을 살펴보거나, 학원 숙제를 하거나 우리 아이들이 조용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엔, 친구와 함께 간식을 먹으면서 수행평가의 막막함을 풀기도 하고 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조용했다가 와글와글 떠들 수도 있는, 숨통이 확 열리는 '나로와서당'의 별숲지기로 제가 함께한다는 게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여름방학 전날, 순수한 생각에서 비롯된 김00의 아이디어가 친구들과 함께 발전되어 '꿈속 한마당'이라는 공연을 열게 되었습니다.
작은 공간에 소수 참여이긴 했지만 교감 선생님과 창의인성부장님도 함께 참석해 주셔서 너무나 든든하게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고 우리 아이들의 꿈 이야기부터 노래, 춤, 사물놀이 공연까지 다채롭게 펼쳐낼 수 있었습니다.
11월, 이런 과정을 생활기록부에 담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진로 에세이'를 작성해 보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학교에 일찍 등교해 좋아하는 글을 쓰고 노래가사를 만들고 하루를 계획하는 시간 덕분에 마음속에 생각한 것들을 하나하나 옮기게 되었다고요. 꿈속 한마당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행복을 알게 되었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실패 속에서도 도전하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요.
그래서 진로는 직업찾기가 아니라 도전하는 힘을 얻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까지.....
저는 그간의 모든 아픔은 하얗게 덮을 수 있었습니다.
감동 속에서 마음이 너무 설레어 나로와서당 문 앞에 이렇게 부쳤지요.
'오늘은 간식으로 사랑을 드릴게요.'
점심 먹고 찾아온 아이들에게 하트 모양의 뻥튀기를 주었습니다.
바삭바삭, 아이들과 함께 사랑을 튀기니 여기저기 사랑이 번지는 것 같았지요.
관심과 경청, 질문과 지원의 힘을 보여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나로와 서당' 앞에서 -
"서서히 당당하게 나의 길로 와"
그런데 어쩌지요.
국어교사일 때는 저희 반만 알콩달콩 운영하면 되지만 진로교사가 되니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무거운 문 앞에서 멈칫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 문 앞에서 저는 용기 없는 제자신이 미울 때가 많았고 부끄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늘 저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지요.
이제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저는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디에 있든
아이들과 함께 걷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서서히 당당하게 나의 길을 걷는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