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빨강이 되고 싶던, 붉은색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by HAN

누군가에게 과한 애정을 받아보고 싶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쏟아내면 되갚듯이 받는 애정 말고

그냥 어느 드라마 주인공 같은 그런 애정받아보고 싶다고.

물론 현실에 그런 애정이 있으리 만무하다고

생각하고 웃어 넘겨었더랬다.


나는 그를 만나 사랑하고 사랑받았는데

앞서 말했듯 염원하던 애정이 짙은 빨강이라면

내가 늘 주고받던 애정은 수채화 빨간 물감에

물을 많이 타 옅어진 빨강이었다.


어느 날 이전 애정과 같았던 옅은 빨강에

한 방울 찐한 열감을 떨어트린 사람이 있었다.

떨어트리고 보니 진한 빨강인지 옅은 빨강인지 구분도 애매했지만 한 방울 더 진해졌다 하여

아 이건 진짜 애정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보니 물탄 빨강일 뿐이었지만.


면, 습지, 도화지, 수건에 스밀 듯

누구보다 빨갛다 싶던 그의 붉은 애정은

순식간에 나를 물들였다.

사랑받아 행복한 건 이런 거구나?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7년이 지나고 이제 알았다.

애정이지만 애정이 아니다.

붉은색이 진빨강색은 아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빨간 적 없고

누군가로 인해 빨갛게 물든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며들어 붉은 기를 갖췄으나

평생 붉어본 적이 없고

붉게 물들여준 적이 없다


인생 참,

한 번 빨 개 보자는데

짙어보자는데

쉽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여전히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