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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균탁commune May 26. 2023

우울증 환자로 살아가기

권태(2)

 권태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권태롭지 않은 삶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모든 사람들은 권태를 느낄 것이다. 연애도, 부부도, 회사 생활도, 사회 생활도, 일반 생활도 모두 권태롭기 그지 없을 것이다. 그런 권태로운 삶. 누구나 겪는 권태로운 삶!

 아! 이 빌어먹을 권태, 그렇다면 권태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당신이 그 답을 안다면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답을 모르겠다. 왜냐하면 매일 권태와 지루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태가 짖누르는 삶에서 과연 나는 권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우울증 환자로서 말하지만 권태를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권태는 이길 수 없는 거대한 힘이기 때문이다. 권태를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권태에 부딪혀야할까? 권태에 부딪히면 남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무참히 깨어지는 것, 권태에 부딪히면 무참히 깨져서 피를 흘리며 쓰러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권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하지만 권태와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도 자신 없다. 권태와 함께 걸어가는 방법말고는 없다.

 어떻게 권태와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 권태가 내 삶을 조금씩 파먹어 가는데도 권태와 함께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방법은 단 한 가지다. 권태가 내 삶을 좀 먹어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 그것만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권태는 어느 순간 나를 습격하여 내 몸을 파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죽는 다는 것, 그것은 별로 두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권태가 나를 죽이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무슨 개소리냐고. 당연히 개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권태를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은 권태가 자유롭게 내 몸을 좀 먹도록 나두는 것이다. 그리고 권태가 충만했을 때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것 뿐이다. 

 버티고 버티는 삶을 이어가는 것 뿐인 권태! 아! 녹색들이 물들어가는 계절이 너무 권태롭다. 회색의 도시가 너무 권태롭고, 오색 찬란한 네온 사인이 너무 권태롭다. 술을 마셔도 권태롭고, 책을 읽어도 권태롭고, 영화를 봐도 권태롭다. 

 사랑? 그 설레임도 이제는 권태다. 권태로운 당신과 나. 하나만 기억하자. 권태를 이기려고 들지 말자. 그냥 권태가 찾아오면 그 권태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 대접하자. 그래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자. 우울증에 걸린 당신 권태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 건네고, 권태에게 이름을 붙여주자. 그리고 따뜻하게 대해주자. 살아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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