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명탐정

사건 일지 1장(3)

by 김균탁commune
제3화 그림.png

빌딩, 그곳이 가르키는 곳은 일본인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여흥을 즐기는 곳, 그러니까 거지 새끼만 양심을 지킨다는 것은 오히려 역설적인 표현이었던 것이다.


조선의 거지들은 고급옷을 입은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주로 구걸을 했다.


아무래도 부자들이 동전 한 푼이라도 더 던져줄테니까 말이었다.


그곳에는 일본인만 사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 빌붙어 사는 조선인들 그래서 부를 차지한 조선인들도 함께 모여 살았다.


해경은 즉시 일본인 거리가 광활하게 펼쳐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해는 지고 몇 개의 가로등이 켜졌다.


노란 가로등 불빛에 비친 집들은 더욱 화려한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너무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밤이 되었지만 거리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술집에서는 시끄러운 일본어가 어두운 도시를 가득 채웠다.

“バカな朝鮮人たちの土地はたくさん奪った?(멍청한 조선인들의 땅은 많이 뺏었어?)”


“今回、約2000坪くらいは奪ったと思う。君は?(이번에 한 이천 평 정도는 뺏은 것 같아. 자네는?)”


“私は朝鮮人がよく用意した食卓である工場一つを丸ごと引き受けた。 それも非常に安値でね。 ハハハ.(나는 조선인이 잘 차려놓은 밥상인 공장 하나를 통째로 인수했지. 그것도 아주아주 헐값에 말이야. 하하하.)”


술에 취한 일본인들의 목소리가 선술집에서 크게 들려왔다. 그들은 오로지 부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조선인들을 착취해서 쌓은 부.


해경은 골목을 서성이며 또 다른 힌트에 대한 해답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해경은 걸음을 빨리하며 일본인 거리를 빠져나왔다. 걸으면서도 깊은 생각에 빠진 해경은 주위를 둘러볼 생각도 없었다.


그저 땅만 보고 걸을 뿐, 머리 속은 온통 시에 대한 의문뿐이었다.


‘해답, 해답, 해답을 찾아야 한다.’


해경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속 걸었지만, 도무지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경은 아픈 허리를 잠시 뒤로 제쳤다.


그때였다. 해경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 해경은 그 광경을 보며 자신의 무릎을 세게 때렸다.


- 팍 -


해경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주먹으로 때린 허벅지가 아프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왜냐하면 해답이 바로 저기, 저 멀리, 눈에 보이는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삘딩 돌담, 삘딩은 돌로 이루어져 있지만 담 같은 것은 따로 만들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다면 돌담이 가리키는 곳은 하나,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일본 거리가 끝나는 곳에 있는 바로 그 돌담. 일본인들 거리 너머에 있는 수많은 일본식 가옥이 아니라 경루가 있는 바로 그 돌담.


어제 해가 걸쳐져 있던, 그리고 밤이 되면 달이 걸쳐질 바로 그 지붕. 그리고 지붕을 감싸고 있는 바로 그 돌담.


조선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바로 그 돌담이었다.


해경은 자신의 이마를 만지며, 이 쪽지를 전해준 사람은 분명 성격이 괴팍하거나, 엄청 고약한 사람이 분명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머리를 이 정도로 아프게 하다니, 물건을 찾고 그 사람을 만나면 큰 소리로 따져 물어야겠다는 생각에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야 속이 시원하게 풀릴 것 같았다.


해경은 아주 천천히 돌담을 따라 걸었다. 해경이 지금 걷고 있는 바로 이 돌담. 그것은 조선 왕조가 완벽하게 허물어졌음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왕가의 상징이었던 궁궐이 한낱 일본인들의 구경거리, 일본에 아부하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해경이 찾은 경루에 비친 달과 그 돌담은 바로 창경원이었다. 아니, 일본인들이 격하시켜버린 창경원이 아니라 조선의 얼이 살아 숨쉬고 있는 바로 창경궁이었다.


일본은 1909년 조선의 궁궐 중 하나였던 창경궁을 창경원이라 이름을 바꾸고 동물원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말은 이제 조선 왕조의 궁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조선의 상징인 왕이 머물던 곳이 이제는 한낱 관광지가 되고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다만 아직 궁궐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유흥을 위해 일제에 짓밟힌 곳,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 단지 일본인들의 장남감이 된 곳일 뿐이었다.


해경은 벽을 따라 걸으며, 돌담 넘어에서 들려오는 야행성 동물의 울음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고약한 양반, 거지새끼만이 양심을 지킨다니……. 참나! 틀린 말은 아니구만.’


밤이라 그런지 문을 닫아버린 창경원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경은 돌담 주변을 이리저리 맴돌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가슴 속에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콜록, 콜록, 콜록.”


해경은 급하게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았다. 손수건에는 붉은 피가 흥건히 묻어나왔다.


해경은 있는 힘을 다해 손수건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 막았지만, 기침이 너무 거세게 튀어나와 소리를 완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해경의 자지러지는 기침 소리 때문이었을까? 그때 멀리서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 삐익, 삐이익. -


그리고 엄청난 고함 소리가 비수처럼 해경의 귀를 향해 날아왔다.


“誰?(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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