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일지 1장(4)
해경은 창경궁에서 멀찍이 떨어져 정문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정문에는 자신이 찾던 해태가 있었다.
그런데 해태는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해경은 고민에 빠졌다.
‘저 둘 중 어떤 해태일에 진실이 숨어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해태가 아니라 해태의 옆을 지키고 있는 초병들이었다.
그들은 어깨에 총을 매고 창경궁의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흠……, 물건을 빼내려면 저들을 먼저 처리해야하는데.’
해경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더 생각해봐야 뾰족한 수가 떠오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몸으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두 마리의 해태 중 한 마리는 분명 자신이 찾고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해경은 정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긴장한 탓인지 기침이 흘러나왔다.
“콜록, 콜록, 콜록…….”
해경의 기침 소리를 들은 초병 중 한 명이 소리쳤다.
“誰だ?(누구냐?)”
해경은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고 초병을 향해 말했다.
“ただ通り過ぎるところです。(그냥 지나가는 길입니다.)”
“夜遅く歩いたら捕まるかもしれない、早く消えて。(밤 늦게 다니면 잡아 갈 수도 있어, 어서 꺼져.)”
“はい、すみません。 お酒を一杯飲んで家に帰る途中なので。(네, 죄송합니다. 술을 한 잔하고 집에 가는 길이어서요.) 콜록, 콜록, 콜록…….”
해경을 연신 기침을 하자, 해경의 앞을 가로막은 초병이 뒤로 물러났다. 초병은 창백한 해경의 얼굴을 보고 그가 폐병 환자라는 사실을 한 번에 알아차렸다.
“結核にかかったやつがお酒は、早く家に帰れ。(결핵에 걸린 놈이 술은, 어서 집으로 돌아가.)”
초병 결핵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해경에게 다가오지 않고 소리만 질렀다.
이를 눈치 챈 해경은 일부러 기침을 더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콜록, 켁, 켁, 켁, 콜록, 콜록, 콜록…….”
“やれやれ, 早く消えて。(아이씨, 빨리 꺼져.)”
“콜록, 콜록, 콜록.”
초병의 고함에도 해경이 물러서지 않자, 초병은 잽싸게 달려와 총을 들었다.
그리고 초병은 개머리판으로 해경의 얼굴을 때렸다. 얼굴을 맞은 해경은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해경은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消えて、こいつ。(꺼져, 이 자식아.)”
군인은 넘어진 해경의 몸을 발로 몇 번 밟더니 다시 멀리 떨어졌다. 해경은 군인의 발에 맞으면서도 두 마리의 해태를 유심히 관찰했다.
‘창경궁 앞에 있는 해태, 저 해태 중 어떤 것일까?’
그때 해경의 눈에 오른쪽에 서 있는 해태의 모습이 보였다. 해경은 아픈 몸을 살짝 일으켜 그 해태를 바라보았다.
‘앗! 저거다.’
해경은 드디어 물건을 숨겨놓은 장소를 찾은 것 같았다. 온몸이 아프고 저려왔지만 속으로 환호성이 나왔다.
‘해태의 눈깔이 푸르러 온다. 하하하! 쉽게 생각했으면 되었을 것을…….’
해경은 입술이 터지고 눈 주위로 멍이 들었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두 마리의 해태 중 오른쪽에 있는 해태는 더 오래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해태의 눈 밑으로 푸르른 이끼가 끼어있었다.
즉, 해태의 눈깔이 푸르러 온다는 것은 저 이끼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해경을 무참히 짓밟았던 군인은 누워 있는 해경을 향해 다시 소리쳤다.
“早く消えて。(빨리 꺼져.)”
“はい、すみません。(네, 죄송합니다.)”
해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군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때서야 맞은 자리가 더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あんな奴は殴らないと言うことを聞かないんだから。そうじゃない?(저런 새끼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니까. 안 그래?)”
“もっと叩けばよかったのに?(더 때리지 그랬어?)”
뒤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군인이 말했다.
“よし. もう分かっただろう。(됐어. 이제 알아들었겠지.)”
“すみません、早く行きます。 本当に申し訳ございません.(죄송합니다. 빨리 가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해경은 군인들을 향해 계속 허리를 숙였다.
해경은 서둘러 남문에서 빠져 나와 군인들이 안 보이는 담벼락 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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