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사건 일지 1장(5)
늦잠을 잔 해경은 부스스한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리며 방에서 나왔다.
“금홍이, 나 가베(커피) 한 잔 만 줘.”
“먼저 씻고 와요.”
“가베 한 잔 마시고 씻을게.”
해경이 일어난 시간,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있었다. 어제는 너무 많은 긴장을 한 탓인지 잠이 계속 쏟아졌다.
해경이 자리에 앉자 금홍이 따뜻한 가베를 한 잔 들고 나왔다.
해경은 따뜻한 가베의 향을 한 번 맛더니, 금홍이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금홍이 내려주는 커피는 고급 백화점 커피보다 훨씬 맛있어.”
“그럼요. 내가 여기서 일한 시간이 얼만데. 그리고 당신이 좋은 원두를 가져오니까. 맛있을 수밖에요.”
“아니지. 금홍이가 커피 내리는 솜씨가 좋은거지. 이제 여급으로서 완전한 솜씨를 가졌는 걸.”
해경은 가베의 향을 맡고, 잔을 들어 입술을 적셨다. 상큼한 커피향이 온몸에 돌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콜록, 콜록, 콜록.”
지칠대로 지친 몸에서 기침이 나왔지만, 가베 향을 맡으니 어젯밤 찌든 기억이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위험했던 순간들의 긴장이 한 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해경은 커피를 다 마시고는 간단히 목욕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옷 중에서 가장 깔끔한 옷을 꺼내 입었다.
그런 해경의 모습을 보더니 금홍이 말했다.
“아니? 오늘 어디 가요?”
“그건 아니고, 중요한 손님이 올 것 같아서.”
“중요한 손님이요?”
“뭐. 와 봐야 알겠지만, 중요한 손님이 될 것 같아.”
해경은 거울을 보며 머리숱이 많은 자신의 머리를 촘촘한 빗으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포마드 기름을 발라 멋드러지게 2:8 가르마도 탔다.
“금홍이, 여기 가베 한 잔 만 더 줘요.”
“가베가 그리 좋아요.”
“가베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거든. 하하하!”
금홍은 멋있게 차려입은 해경 앞에 가베를 한 잔 내려놓았다.
그때 띠링 풍경소리가 울리며 누군가가 끽다점(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해경은 끽다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끽다점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아이보리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보리 색 중절모를 푹 눌러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 탁. 타닥. 탁. 타닥. -
그의 구둣발 소리가 성큼성큼 걸어서 해경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중절모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해경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을 고약한 일에 빠뜨린 사람, 어쩌면 자신이 혼내주어야 될지도 모르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경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유정을 생각했다.
‘유정이라도 부를 걸 그랬나?’
유정이라면 저 정도 덩치의 남자는 한 방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정은 자신이 아는 친구 중에 싸움을 제일 잘하니까.
지난 번 유정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해경은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유정의 소설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와 해경의 앞에 앉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를 보자 해경은 주눅이 들었지만,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건을 찾으러 오셨습니까?”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경은 중절모에 가려진 남자의 얼굴이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물건은 찾았는가?”
‘이게 어디서 봤다고, 처음부터 반말이야.’
남자의 말에 해경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변했다. 안 그래도 한 대 때리고 싶었는데, 태도를 보자 진짜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을 못 찾았다면 어떻게 할 거요? 나를 죽이기라도 할 거요?”
해경은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남자가 원하는 것은 거금 5,000원이 든 보자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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