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는 없는 이별 - 다시 시작된 세계

제33화 박쥐 족(3)

by 김균탁commune
제33화 그림.png

태랑이는 앞에 서 있는 꼬마 아이를 노려보았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싸움에 대한 의지는 전혀 꺽이지 않았다.


꼬마 아이는 활짝 펼쳐놓았던 망토를 양손으로 접었다. 그리고 공중, 아주 높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태랑이는 의식이 없는 사이에도 그 곳을 향해 뛰어오르려고 준비를 했다.


“빛의 아이, 아직 너의 실력이 나오고 있지 않는다니. 흠. 오늘은 이쯤하도록 하지.”


박쥐 족이었던 꼬마 아이가 박쥐의 모습을 풀었다.


그러자 태랑이의 모습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태랑이는 입고 있던 옷이 다 찢어져 있었다.


알몸의 태랑이는 쓰러질 것 같았지만,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아직도 너의 힘을 다 쓰지 못하는 것을 보니 어둠의 아이님에게는 상대도 안 되겠구나. 너는 정말 너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모르는구나.”


“너……, 넌 누구냐?”


태랑이는 희미해지는 정신을 다 잡으며 앞에 선 검은 아이에게 물었다.


“나는 너의 힘과 너의 모습을 느끼는 데, 너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구나. 하하하.”


“무슨 말……, 무슨 말이냐?”


“우리는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다. 다만 태어난 방법이 달랐을 뿐이지. 너와 나의 목표는 같다.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다 뒤집어 엎는 것, 너도 욕심과 탐욕에 찬 종족들이 증오스럽지 않느냐?”


태랑이는 자신의 종족인 일족을 떠올렸다. 욕심과 탐욕에 가득 차서 같은 종족도 다른 종족도 인정 사정 봐주지 않고, 괴롭히는 모습들…….


태랑이 역시 그런 모습이 싫었다. 하지만 태랑이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를 잘못 본 것 같구나. 아니면 아직도 어린 아이이거나.”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냐?”


“너도 느끼는 날이 올 것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느끼는 그 날이. 그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 주마. 하지만 끝까지 나를 방해한다면 너를 기필코 죽이고 말겠다.”


“네가 누구인지나 말하라고.”


“어리석은 놈. 내가 누군인지 아직도 모르겠냐?”


태랑이는 꼬마 아이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청동 거울에 비쳐보던 모습. 그 자리에는 자신이 서 있었다. 다만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다는 것만 빼고 모든 것이 똑같았다.


“설마, 너…….”


태랑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네가 느낄 때까지 시간을 주마. 하지만 느끼지 못한다면, 그때는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내가 너의 편이 될 것 같냐?”


“더 느껴 보아라. 일족이 가진 탐욕과 욕망을, 일족이 얼마나 많은 종족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는지, 같은 일족을 얼마나 많이 다치게 하는지, 스스로 느껴보거라. 그리고 만약 네가 그것을 느꼈다면 나를 불러라. 내 이름은 천서다. 네가 이 세상을 다시 만들고 싶다면 내 이름을 세 번 불러라. 그러면 기꺼이 너와 함께 이 세상을 다시 창조할 것이다.”


“헛소리 하지 마라. 이 세상을 없애는 것이 네 목적이 아니었더냐?”


“잊어 먹지나 마라. 천오백 년 전 사라진 종족들이 무슨 이유로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렸는지를…….”


태랑이는 천서를 노려보았다. 천서는 그런 태랑이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욕심과 욕망이 없었다면 그 많은 종족들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너의 계략…….”


“나는 욕심에 불을 조금 붙였을 뿐이다. 싸운 것은 그들이다. 잘 생각해 보거라. 내 편이 되어 이 세상을 바꿀 건지. 적이 되어 나와 싸울건지.”


천서는 보름달이 뜬 달빛을 향해 날아갔다.


겨우 버티며 서 있던 태랑이는 결국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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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서가 사라지자 일곱 스승을 감싸고 있던 박쥐들도 함께 달빛을 향해 날아갔다.


박쥐들이 날아가자 일곱 스승은 태랑이가 있는 쪽으로 급히 모여들었다.


우진이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태랑이의 몸을 감싸 주었다.


태랑이의 몸은 아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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