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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기대를 걸어도 될까

by bonfire


나는 뉴스를 자주 본다. 정치인들의 말, 정책의 방향, 여론의 흐름. 그 속에서 나는 자주 분노하고, 실망하고, 때로는 허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 왜일까. 기대를 걸고 싶기 때문이다. 아니, 기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는 삶의 구조를 만든다. 내가 사는 집의 가격, 내가 받는 월급의 세금, 내가 누릴 수 있는 복지. 모두 정치의 결과다. 우리는 정치와 무관하게 살 수 없다. 그래서 정치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건, 결국 삶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하지만 기대는 쉽게 배신당한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약, 바뀌지 않는 구조, 책임지지 않는 말들. 우리는 정치에 실망하고,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어차피 다 똑같아.”라는 말은 그 냉소의 대표적인 문장이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사실, 깊은 상처가 있다. 기대했기 때문에, 더 아팠던 것이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정치는 인간 사이의 자유를 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때, 우리는 서로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 공간이 권력의 싸움터로 변할 때, 우리는 그 자유를 잃는다. 정치에 기대를 걸 수 있으려면, 그 공간이 다시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한다.

나는 청년이다. 아직 많은 것을 결정하지 못했고,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다. 빚이 있고, 가족과 함께 일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 나에게 정치란,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그래서 나는 정치에 기대를 걸고 싶다. 단지 이상 때문이 아니라,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기대는 위험하다. 상처를 남기고, 실망을 반복하게 한다. 하지만 기대 없이 살아가는 건 더 위험하다. 무관심은 침묵을 낳고, 침묵은 권력을 고립시킨다. 나는 기대를 걸되, 감시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려 한다. 그것이 정치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정치에 기대를 걸어도 될까.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기대를 걸기로 했다. 그 기대가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나를 말하게 하고, 나를 살아가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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