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생산성의 관계

by bonfire


불안은 늘 나와 함께 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불안은 조용히 나를 따라온다. 처음엔 그 감정이 나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불안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현대 사회는 생산성을 숭배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얼마나 빠르게 처리했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살아가는지가 삶의 가치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을 만들고, 그 일들을 해내지 못할까 봐 불안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안이 다시 우리를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외부의 억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그 중심에는 불안이 있다. 불안은 생산성의 연료가 되지만, 동시에 그 생산성을 갉아먹는 독이기도 하다.

불안은 집중력을 높이고, 경계심을 키우며, 목표를 향한 추진력을 만든다. 하지만 그 불안이 지나치면, 우리는 마치 불에 탄 엔진처럼 소진된다.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잠시 쉬는 것조차 죄책감으로 느껴진다. 생산성은 올라가지만, 삶의 질은 내려간다.

나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그 시간은 불안을 직면하는 시간이다.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 감정을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지금 불안하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조금 더 나 자신과 가까워진다.

불안과 생산성은 서로를 밀어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끌어당기는 관계다.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움직이고, 움직이다 보면 다시 불안해진다. 그 순환 속에서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불안을 억누르기보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오늘도 나는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안이 나를 완전히 지배하지 않도록,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른다. 그리고 그 멈춤이야말로, 진짜 생산성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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