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성공하는 습관”, “아침 5시의 기적”, “부자의 사고방식.”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부지런한 삶을 살기 위해, 더 효율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자기계발은 이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요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 노력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다. 자기계발은 성장의 언어를 쓰지만, 때로는 불안의 언어가 된다. “지금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비교하고, 채찍질한다.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으면, 지금의 나는 실패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현대 사회를 “자기 착취의 시대”라고 말했다. 우리는 외부의 억압보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내면의 압박에 더 시달린다. 자기계발은 그 압박을 정당화한다. 게으름은 죄가 되고, 휴식은 낭비가 된다. 우리는 쉬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자기계발은 때로 인간을 ‘프로젝트’로 만든다. 나 자신을 개선해야 할 대상, 관리해야 할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된다. 감정은 비효율적이고, 관계는 생산성이 없으며, 삶은 목표 중심으로 재편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잃어간다.
물론 자기계발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성장하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럽고, 때로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하지만 그 욕망이 강박이 될 때, 우리는 스스로를 소비하게 된다. 자기계발은 수단이어야지, 존재의 조건이 되어선 안 된다.
나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책도 읽지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 그 시간은 나를 회복시키고, 내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자기계발이 아닌 자기이해. 그것이 진짜 성장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때로는 멈추고, 흔들리고, 실패하는 것도 인간의 일부다. 자기계발의 그림자를 직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