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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중독 사회

by bonfire

“괜찮아질 거야.”
“마음먹기에 달렸어.”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우리는 매일 긍정을 강요받는다. 슬픔을 말하면 위로보다 조언이 먼저 돌아오고, 불만을 토로하면 “너무 부정적이야”라는 말이 따라온다. 긍정은 미덕이 아니라 규범이 되었다. 우리는 긍정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긍정은 분명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독이 될 때, 감정은 억압되고 현실은 왜곡된다. “힘들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사회. 우리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해야 한다. 긍정은 위로가 아니라 의무가 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했다. “고통을 직면하지 않는 자는 성장하지 않는다.” 긍정 중독은 고통을 외면하게 만든다. 불안,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은 ‘비생산적’이라며 밀쳐지고, 우리는 감정을 감추는 법만 배운다. 그 결과, 감정은 내면에서 곪고, 관계는 표면적으로만 유지된다.

SNS는 긍정 중독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해시태그 #행복 #감사 #성장 속에서 우리는 비교하고, 따라하고, 포장한다. 진짜 감정은 사라지고, 연출된 긍정만 남는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점점 외로워진다. 모두가 괜찮은 척하는 세상에서, 괜찮지 않은 나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

긍정 중독은 사회적 통제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문제적’으로 취급되고, 침묵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정치적 불만, 경제적 불안, 구조적 모순을 말하는 대신, 우리는 “내가 더 노력해야지”라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긍정은 때로 체제 유지의 언어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긍정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긍정을 회복하자는 말이다. 그것은 감정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슬픔을 말할 수 있고, 불안을 나눌 수 있고,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긍정은 억압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긍정은 빛이다. 하지만 그 빛이 그림자를 부정할 때, 우리는 진짜 인간성을 잃는다. 나는 오늘도 괜찮지 않은 나를 인정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인정이야말로, 진짜 긍정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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