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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대하여

by bonfire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대하여

나는 가끔, 모든 것이 충분한데도 허전하다.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하루를 바쁘게 살아냈는데
밤이 되면 마음 한켠이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그 빈자리는 설명되지 않고,
무언가를 더 가져야만 채워질 것 같지만
무엇을 가져도 그 자리는 그대로 남는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채우려 한다.
사랑, 인정, 성취, 소유.
그것들이 마음의 빈자리를 메워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은 자주 깨진다.
채워졌다고 느낀 순간에도
마음은 다시 허기를 느낀다.

철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의 욕망을 “결코 충족되지 않는 결핍”이라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실제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을 통해 느끼고 싶은 감정이다.
그래서 욕망은 끝나지 않고,
마음은 늘 어딘가 부족하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다움의 증거다.
우리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그 불완전함 속에서 살아간다.
그 빈자리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때로는 글을 쓰게 한다.

나는 그 빈자리를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
그 감정을 기록하고,
그 감정 속에서 나를 들여다본다.
무엇이 나를 허전하게 만드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아직 만나지 못했는지를 묻는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은 갈망일 수도 있다.
그 감정은 고요하지만, 깊다.
그리고 그 깊이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진실해진다.

완전한 충만은 없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껴안는 순간,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여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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