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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an 02. 2023

회사의 위기가 나의 위기가 될 때

주위를 둘러보면 삼삼오오 모여 수근 덕 거린다. 회사 걱정하는 사람들 천지다. 


맡은 일에는 항상 진심이었고, 사내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는 특히나 정성을 다했다. 17년간 몸담아 온 이곳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회사 창고에 재고는 쌓여만 가고, 엔데믹 이후 금리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으며, 원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니 소위 잘 나가던 대기업도 버텨낼 재간이 없는 모양이다. 중심을 잡아야 할 경영진들은 예상 못한 시황에 당황하는 기력이 역력하고, 뾰족한 수가 없이 상황 논리만 펴고 있다. 

'인위적인 인원 감축은 없습니다.‘라고는 하나 곧이 곧 대로 그 말을 믿는 동료들은 거의 없다.  부서 별로 일부 인원들을 업무 전환 배치라는 공감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피해 가려할 뿐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손도 못 쓰고 있다. 




어느덧 부장이 되고, 입사 17년을 넘었다. 입사할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꽤 이름난 굴지의 회사였고,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 정년까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지금껏 수 차례 위기는 있었으나, 잘 이겨냈고 꽤 지속 성장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인원 감축, 조직 개편, 그룹사내 계열사 이동 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다. 이전에도 몇 차례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한 시기는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모든 상황이 부적적인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았었다. 재도약이라는 희망이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겁이 난다. 초등학생 딸아이는 아직 어리고, 은퇴를 위한 준비는 많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 아직 너무 젊다. 솔직히 40대 중반에 재취업은 가능성도 높지 않다. 물론 많은 걸 내려놓으면 가능하겠지만, 이곳에서의 대우만큼은 기대할 수 없다. 위기감이 느껴지니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무던하게 열심히 만 보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맡은 일을 달성하고자 노력했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지각 비슷한 것조차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궂은일은 마다하지 않았으며, 일상 같은 야근과 월화수목금금금을 버텨낼 체력도 있었다. 그러나 남은 게 무엇이란 말인가? 씁쓸한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비겁하거나 무모하지 않았으나, 곧 비굴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에 입안이 씁쓸해진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자문해 본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회사의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와 마음이 조급해졌으나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다. 누구의 아들이자 남편, 한 아이의 부모로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십 대의 가장이 지니고 있는 어깨의 무게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쉼 호흡 크게 하고 조금 더 냉정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작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고자 한다. 글쓰기라면… 그리고 내 이야기라면 한번 시작해 볼만하다. 그래. 지난 회사 생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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