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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소리 Jan 05. 2023

입사 & 신입사원

첫 번째 이야기

축구 좀 하나요?


면접에서의 첫 질문이었다. 

인사 면접 첫 질문이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면접장에서의 이 황당한 질문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된다. 

그렇게 사회로 나가기 위한 첫 번째 시도에 회사는 흔쾌히 응답해 주었고, 졸업을 한 한기 남긴 시점에 당시 꽤 잘 나가던 IT 회사에 입사를 했다.

취업이 쉽지 않던 시절에 예상과 달리 빠르게 취업을 했으니, 앞으로는 탄탄대로만 펼쳐질 것만 같았다. 

회사의 그 냉정함을 적어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사실 볼은 좀 찼다. ㅎㅎㅎ

온 나라가 뜨거웠던 2002년 여름이 지나 가을에 팀을 만들었고, 학교 전체 대회에서 팀을 4강까지 올려놓을 만큼의 뿌듯한 추억이 내겐 있었다. 입사 후에도 축구는 일주일에 한 경기는 뛴 듯싶다. 

그때 그곳의 분위기가 그랬다. IG(informal group)이라는 사내 동아리도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역시나 축구 클럽에 가입했으니 말이다. 한 번은 편도로만 세 시간 걸리는 출장을 당일 아침에 출발하여 

첫 휘슬이 울리기 전에 도착하여 뛴 일도 기억에 남는다. 

미련했던 건가? 진심이었던가? 그냥 함께 하는 사람들을 좋아라 따랐던 것도 같다.




5주간 진행되었던 신입사원 연수는 약간 신병교육대 냄새가 풍기는 교육이었다. 특히 그룹사 연수는 중고생 시절 극기훈련도 아니고,‘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일어나면 운동장에 모여 구보(군대에서 기상과 함께 연병장을 뛰는 운동)를 하더니, 매 수업마다 개인과 

팀별 과제가 주어졌으니 도저히 편안한 저녁을 마주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마지막엔 매 단계 별 미션을 진행하며 이동되는 행군에 ‘아... 이건 아닌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동기들 중 누구도 연수 중 포기하기는커녕 과제 제출과 시험에서 과락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들 노력 했고, 모두가 무사히 연수를 마칠 수 있었다. 

각자의 계열사와 부서로 배치된 이후에도 약 3년간은 더 연락하며 만나기도 했으니, 꽤 강렬한 시간이 되어 끈끈한 무언가를 남기긴 한 모양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나,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일단 이거라도 보고 있어요” 사무실에 도착하자 한 선배가 몇 권의 책을 내 앞에 놓고 간다. 

글과 그림을 뚫어져라 본들 도통 이해되지 않는 것들 뿐이나, 신입이니 긴장하며 조심스레 한 페이지식 넘겨본다. 눈앞에 책에 집중하는 척 하나 사실 사무실 분위기 살피기다. 사람들 얼굴을 가능한 많이 눈에 담아놓기 노력 중이다. 지금은 모두 선배들 뿐이니 그래야 하는 것 같았다.

‘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 떠 오른다. 

그로부터 약 2주간 사무실의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지 않던 방치의 시간 후에 드디어 내게도 일이라는 것이 

정해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책을 두고 간 선배는 내 사수였단다.

그렇게 시작한 첫 직장이 17년이 지난 지금과 같으니 나도 참 한결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내 신입 시절은 항상 진솔했으며, 엔지니어로 순수했었다. 겉으로는 엉성하고 뻣뻣해 보였을지라도 프로가 되고자 흉내 정도는 내고 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어렵거나 지치는 시간도 있었고, 안간힘을 쓰지 않으려 흘려보내고 싶은 시간도 있었다. 그때마다 없던 힘까지 짜내며 안간힘을 써댔었다. 적어도 그 마음만큼은 변치 않았음에 감사한다. 



* 지금까지 20년 이상 일기를 쓰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당시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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