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 상인
머나먼 어둠 속을 유영하다 마침내 중앙 성계로 되돌아 올 때면, 매번 사피엔샤의 세 번째 장로이자 우주 정거장의 주인, 아흐룸-이스가 반갑게 그를 마중했다. 이 은하의 설계자는 보통의 경우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으나, 멸종을 목전에 둔 아트라-모르스에게는 예외를 적용하였다.
그들이 다른 희소 개체들에 그랬던 것 처럼.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사피엔샤와 거래하기 위해 줄을 선 이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진을 칠 정도로 영광스러운 기회라고 할 수 있었지만, 아스트룸은 늘 아흐룸-이스가 어려웠다. 그의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정박하는 순간부터 모든 시선이 낡고 녹슨 아스트룸의 우주선에 고정되었다. 모두가 눈 먼 공허와 가장 근접한 은하까지 오가는 성간 상인의 거래 품목을 기대하는 동시에, 아흐룸-이스가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우주선의 창고에 적재된 물건들 중 코론다의 심장을 꺼내들었다. 눈 먼 공허의 경계에 가장 근접한, 행성이 하나뿐인 버려진 성계에서 멸종한 줄 알았던 코론다의 아종을 사냥하여 얻은 심장이었다. 이 개체들은 심장과 충분한 수분이 충족되면 재생되는 것들이었으니, 비록 지성체가 아니더라도 희소 개체들을 선호하는 사피엔샤의 기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것이라 믿었다.
뮤스와 바바루스, 그리고 일부 노빌리스들이 유리통 안에 들어있는 코론다의 심장을 알아보고는 나직한 숨을 들이켰다. 그들 중 젊은 상인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그에게 거래를 제안하려 했지만, 그들의 종족들이 막아섰다. 중앙 성계, 그것도 이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최상의 상품은 모두 사피엔샤가 첫 번째 거래를 할 자격이 있었다. 거래의 우선순위는 명확했다. 그들의 설계자이자, 이 은하의 창조자에 대한 경외를 표하는 것은, 은하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종족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무수한 인파를 뚫고 아흐룸-이스를 보좌하는 노빌리스 둘이 그를 안쪽으로 데려갔다. 보통의 경우에는 그가 직접 마중하러 오는 일이 많았지만, 유난히 많은 종족들이 몰려있다 보니, 그를 안쪽으로 초대한 것이었다.
아스트룸은 제 품에 들린 심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들어올려 끝을 바라보았다. 추상적인 형태로 은은하게 빛나는 어떠한 형태. 그는 문득 다른 성간 상인에게서 그들이 목격하는 사피엔샤의 모든 부분은 그저 3차원에 한정된 단편적인 부분이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잠시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섰다.
"오, 우리들의 작은 재앙. 시간이 얼마나 지났었지?"
"이 성계 기준으로는-...227번째 자전 주기 정도."
"그랬던가? 자네가 오지 않으면 시간 개념이 금방 상실되어 버리지. 안타까운 일이야."
그가 가만히 행성과 위성의 사이 어디쯤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번 여행은 어떤 느낌이었나, 다섯 개의 재앙이여."
".....차갑고, 공허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그가 뒷말을 삼키며 대답했다. 아흐룸은 그저 가만히 그의 대답을 경청하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어둠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코론도의 심장을 가져왔어."
"오, 코론도! 2458주기 전에 멸종했다 생각했는데-.... 경계 근처의 행성에 아직 남아있었나 보군."
"본 건 하나 뿐이지만-...."
그가 심장이 든 유리병을 보였다.
"당신들, 사피엔샤가 좋아하는 희소 개체야."
"....."
아흐룸-이스는 거대한 몸체를 숙이며 유리병을 들여다보듯, 훑어냈다. 알 수 없는 묘한 공포가, 그의 몸을 기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유리통을 받아들이며 아주 오래도록 그것의 형태와 박동, 진동을 느낀 뒤에 다시 말했다.
"건강하고, 어린 개체. 여전히 박동하는 심장. 충분한 공간만 마련된다면, 다시 원래의 형태를 보존할 수 있겠지."
"....."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원했던 답은 아니군."
"....."
"여전히, 찾지 못한 모양이고."
"원하는게 있다면 말해줘. 이런 수수께끼에는 소질이 없다고."
그가 감히, 사피엔샤에 불만을 토로하며 말했다.
"매번 당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으려고 경계 근처의 성계까지 다녀왔지만, 여전히, 내가 찾지 못했다는 말만 하잖아."
"....."
아흐룸-이스는 그의 불평을 잠자코 들어주다, 조용히 코론도의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이듯 머리를 기대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설명할 수 없지만 존재하는 것이지. 희소 개체를 원하는 것과 같지만-....그보다도 더 근원적인 것."
"...."
"여전히 자네는 찾지 못했고, 이건 희소하지만 그 자체로 내게는 자네가 생각하는 만큼의 가치를 가지지는 않지. 가져가게."
".....벌써 다섯 번 째야."
"그럼 여섯 번 째 여정을 떠날 시간이군, 다섯 개의 재앙이여."
아흐룸-이스가 부드럽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다음 여정에서 돌아오면, 그 때는 우리가 원하던 것을 가져오게 될까."
"....."
"난 그 결과를 무척이나 고대하고 있다네."
그러니 다시 한 번, 이 거대하고 공허한 만을 건너가게, 최후의 아트라-모르스여.아흐룸 이스가 그를 배웅하며 말했다.
"아직 그대는 어리고, 우주는 광활하니."
아스트룸은 시선을 떨구며 여전히 고동하는 심장을 내려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모두가 그들의 설계자를 경외하며 그 자비로움에 감사하고, 기적과도 같은 거래를 희망했지만 아스트룸은 늘 그들의 변덕스러움과 수수께끼가 버거웠다. 이번에야말로 그가 바랐던 소원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약간의 희망을 품었던 것이 다시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그는 이 오랜 방랑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