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ce up] ep.1 미디어를 탄 소상공인들
검색 한 줄이면 다 나오는 세상? 하지만 그 정보..너무 싱겁지 않았나요?
솊디터들이 직접 가보고 듣는 또 다른 이야기.
독자님의 삶의 빈틈에 감각을 깨우는 향신료가 되겠습니다.
MSG 오리지널 생활밀착형 미디어 인터뷰 시리즈 ‘스파이스업'
미디어란 어쩐지 가상의, 허공의 형체가 없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가고, 오늘 하루 힐링 할 영화를 찾아보고,
유행하는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를 보며 웃고 떠들고,
누군가와 교집합을 만들기도, 나만의 차집합을 만들기도 하며
무한한 시공간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EP02. [미디어를 탄 소상공인들]
미디어에 바이럴이 되어 실질적으로 변화를 겪은 사장님들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본편, 부록, 리뷰로 약 3주간 연재됩니다.
https://youtu.be/gLauUi3d5l4?si=EriJBxms2LSKU2WH
6월의 선선한 저녁 합정. 옷 가게에서 매대 하나 내놓지 않고 담백한 간판 하나 달아둔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띄는 빈티지샵 스테이블 그라운드를 찾았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가게 안에 자리를 마련해주신 사장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중 사장님께서 휘뚜루 마뚜루 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휘뚜루’는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라는 뜻이고, ‘마뚜루’는 특별한 의미 없이 운율을 맞추기 위해 붙인 말입니다. 무엇을 가리지 않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르는 행위를 말하죠. 자유로운 사장님과 군더더기 없는 스테이블 그라운드의 분위기에 딱 걸맞은 표현이었습니다.
미디어의 파급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딱히 미디어로부터 취향을 찾진 않는 스테이블 그라운드의 마초 같은 매력에 솊디터들도 다른 관점에서 미디어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란 꼭 찾아가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에 ‘불쑥’ 닿는 것이 아닐까요? 수많은 정보 속에서 결국 내 취향을 따라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는 최근엔 더더욱 와 닿는 말인 것 같습니다.「구경꾼의 탄생」에선 ‘문화란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닌 ‘침입’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미디어도 현대의 문화생산 매개의 핵심으로써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가게를 열다
Q1. 사장님 소개와 가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테이블 그라운드는 이름을 지은 계기부터가 ‘과하게 하지 말자’, '빈티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가볍게 와서 하나 살 수 있고 진입 장벽이 낮은 제너럴한 가게가 되자!' 인데요. 최근엔 데님을 위주로 하고 있어서 더 가게 이름에 맞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합니다. 네 그런 가게입니다.
Q2. 데님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사실 엄청 사랑한다 이건 아닌데 청바지만큼 매치 쉬운 것도 없어요. 워크웨어도 되고 은근히 편하거든요 휘뚜루 마뚜루
Q3. 원래 하시던 일과 가게 오픈 스토리가 어떻게 되세요?
이 전에는 실용음악 했었는데요. 원래 세컨핸즈 블루오션 시절에 혼자서 빈티지를 부업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다 그 일의 비중이 생활에서 커지면서 실용음악을 거의 접게 됐네요. 처음엔 소매로 사고 팔았는데, 점점 매출이 커지면서 도매로 사게 되고,,가게도 차리게 됐어요. 다 점진적으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입니다.
취향을 낳는 미디어
Q4. 인생영화나 가게 인테리어에 영감 받은 미디어 있으신가요?
영화는 굳이 찾아서 보진 않습니다. 퇴근하면 운동 하고요. 근데 해운대가 갑자기 생각나네요…아! 곡성 하겠습니다. 전 막 찾아서 보는 것보다 입소문이 나거나 저에게 닿으면 보는 타입입니다.
Q5. 오! 인상 깊어요. 닿으면 보는 타입...가게에서 플레이리스트는 어떤 거 고르세요?
유튜브 로그인하면 제일 먼저 뜨는 거 누릅니다. 전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편 (실제로 확인했더니 진짜 알고리즘대로 고르셨습니다.)
Q6. 실용음악 하셨다고 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가수 있으세요?
박효신 좋아합니다. 무조건. 근데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바뀌는 가수들이 똑같아요. 나윤권, 정승환, 성시경 그 사이에서 사이클이 돌지만 정점은 박효신이라고 할 수 있죠.
Q7. 혹시 요즘 보시는 프로그램 같은 거는..OTT는..(집요)
OTT 안봅니다. 정말로 평소에 일 하고 운동하고 밥 먹을 때 유튜브 봅니다. 런닝맨 자주 봐요. 무한도전도 좋아해요. 특히 못친소 시리즈.
합정과 스테이블 그라운드
Q8. 합정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합정에서 자주 놀고, 그러다 보니까 유동인구도 잘 알아요. 지인들도 여기에 많이 살구요. 가게 처음 오픈하면 지인이 얼마나 와주는지 유동 인구가 어떻게 되는지가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동업하는 형이 마포구에 오래 살아서 지리를 잘 아는 동네였기에 자리 잡게 됐네요.
Q9. 합정이라는 지역의 특징과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합정은 마을 같아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서로 도와주고 친하고 경쟁하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아요.
Q10. 빈티지만의 매력은 뭔가요?
빈티지만 한 게 없어요. 빈티지만의 매력이 있는 게 누군가가 입었던 옷이잖아요. 같은 개체여도 워싱도 달라지고 밑단의 터짐도 다르고 수축률도 달라지고 재밌고,,그리고 제품군들이 다른 사람의 옷이랑 겹치기가 쉽지 않죠.
Q11. 손님 성비는 아무래도 남성 분들이 많으시죠?
극단적으로 남성분들이 많습니다. 8:2 정도. 아무래도 청바지를 좋아하는 건 남성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리바이스 자체가 밑위를 골반에 걸쳐 입어야 하는데 요즘 나오는 여성분들 청바지하고는 아예 다른 느낌이라서.. 남성분들이 선호할 만한 제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Q12. 마포에 빈티지샵이 많은데, 다른 빈티지샵과의 차별점으로 생각하는 것은요?!
저희는 원래부터 세탁을 필수로 해줬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다들 너무 잘해서 큰 메리트가 되지는 않는 것 같구요. 합정이라는 위치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를 탄 소상공인
Q13. 가게 초기엔 좀 어떠셨나요?
오픈 하자마자 박영감이라는 유튜버 분이 영상을 한 번 올려주셨거든요. 원래도 생각보다 많이 찾아와주시네..했는데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물건이 모자란 느낌이 들 정도로! 손님이 많이 찾아주셔서 놀라웠어요.
Q14. SNS에서 바이럴 될 거라는 걸 예상하셨어요?
처음엔 못했는데 유튜브에 올라갈 땐 알았어요. 이 영상을 보고 손님분들이 많이 찾아 오실 거란 걸. 한 명의 인플루언서 파급효과가 엄청나구나 직접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저 혼자 마케팅 하는 것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Q15. 미디어의 파급효과를 체감하셨겠네요.
네 완전. 지금도 아무래도 워크인 손님들보다는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찾아 와주시는 손님분들이 많아요.
Q16. SNS를 통한 판매와 입소문의 장단점은 어떻게 되나요?
빈티지 한정으로 보면 단점이 더 클 수가 있는 게, 일단 품이 많이 들어요. 장점은 매장 외에 또 다른 수익원이 된다는 정도? 매출은 최근 들어서는 오프라인 비중이 훨씬 커요. 그것도 한 8:2정도? 원래는 거의 반반이었어요. 바지매출은 확실히 매장이 있는 게 강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입어봐야.
Q17. SNS로 손님들이랑 소통도 많이 하시나요?
자주 합니다. 우선 제가 게시글을 올리면 손님분들께서 다이렉트 메시지를 많이 주시죠. 제품을 물어보기도 하고.. DM으로 소통 많이 합니다.
Q18. 미디어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계속 좋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일관됩니다. 미디어에 노출되고 소통하는 건 자영업자 입장에서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스테이블 그라운드
Q19. 사장님 픽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빈티지 아이템/매장/브랜드(국내/외국)
비싸서 많이 접하지 못하는 브랜드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RRL을 제일 좋아합니다. 브랜드만의 무드가 너무 제 취향이에요. 좀 박력 있는 브랜드거든요. 제 추구미는 아닌데 그냥 남자라면 다 좋아하는 브랜드 같아요. 그다음으로는 리바이스 데님들? 옛날에 일본 복각 브랜드들 많이 사고 했는데 저조차도 결국은 다 팔고 리바이스만 입더라고요. 청바지의 근본 같고 금액대도 부담 안 되는 금액대가 많아요.
Q20.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원래는 합정에서 또 하나 가게를 낼까 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이 주변에 좋은 자리가 나면 가게 크기를 확장하고 싶어요. 현재 많이 하고 있는 데님류도 더 디피하고 싶고, 제너럴한 아이템도 더 디피하고 싶고.. 매장평수 때문에 못보여주고 있는 옷들이 있어요. 물리적인 한계가 좀 있죠.
Q21. 청바지로 3행시 부탁드립니다.
청 : 춘은.
Q22. 표절 말고 다시 부탁드립니다.
오마주 하겠습니다.
청 : 춘은~
바 : 로바로
지 : 금부터 시작이다.
Q23. 오시는 손님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혹시 내향인 분들이라면 말 거는 게 구경하시기 불편하실 수 있잖아요. 저에게 살짝 눈치 주시면 잠깐 나가 있겠습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