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휴민트>를 보고
잘 지냈소
시베리아의 강추위 속
건물밖에서 기다리던
박건이 선화에게 묻는다
하얀 입김과 함께 나온
짧고 담백한 한 마디
그의 눈빛에는
차마 다 건내지 못한 말들이
켭켭히 녹아져있다
별일 없었어요
호텔방에서 등장한 조과장
다정함을 인삿말과 함께 건내지만
묘한 긴장감도 이내 따라온다
감정은 최대한 배제한 채
선화에게 얻을 것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에 대해
사무적으로 논의한다
구체 속에 보편이 있다지만
때로는 보편 속에 구체가 있다
잘 지냈소
별일 없었어요
그렇게 던져진 평범한 말에는
아련하고 먹먹한 마음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이
백마디 말을 삼킨 눈빛이
고스라니 담겨있다
그것이 바로
Artificial Intelligence (AI)가 아닌
Human Intelligence (휴민트)만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나눠질 수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