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
소리 천재 채공선이
소리하겠다는 딸을 말리며 말한다
“니가 갈라는 그 길 끝에 뭣이 있는지 아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불 싸질러 소리에 다 바쳤는디
남은 것은 한 줌 재밖에 없더란 말이여"
원하는 배역을 따기 위해
경쟁자를 이기려 격하게 연습하다
정년이는 이내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젊은 시절 엄마처럼
소리를 잃어버린 소리꾼이 돼버린다
한 길을 꼿꼿이
그리고 묵묵히 간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한다는 것
이기기도하고 지기도하는
그 긴 싸움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무
이미 바닥난 내면에서
가진 것을 파내 꺼내고 또 꺼내다보면
비워진 속은 문드러지고 손가락 끝은 닳아버린다
그렇게 점점 깊어져 허한 속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옥경이와 혜량이는
그 속을 서로로 채워왔다
옥경이 하나로 만족하는 혜량이완 달리
옥경이는 자신과 똑닮은
그래서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정년이로 채우려한다
채공선은 그 무를 일상으로 채운다
남편없이도 생선을 팔며 아이들과
반복적이고 때론 그 지겨운 일상은
나를 다 쏟지 않아도
한숨과 눈물로
적어도 살아는 진다
너는 빈소리를 뭣으로 채울라냐
몸짓으로 채운다는 정년이
국극은 판소리와는 다르다
소리말고도 연기와 캐릭터 해석
그리고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있다
무엇보다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고 아껴주는
단원들이 있다
정년이가 나에게 묻는다
너 살다가 무를 만나믄
그 허를 무얼로 채울라야
그게 어떤 방법이든
긴 호흡으로 멀리봐야쓰야
그래야 오래오래 나랑 같이 소리하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