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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다협동조합 Jul 27. 2021

내 시간을 온전히 나 혼자 누리고 싶어서

[인터뷰] 조합원 윤서 인터뷰





다다다협동조합 조합원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어떤 주거형태 속에서 살고 있을까요? 각자가 꿈꾸는 주거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래서 인터뷰해봤습니다. 아래 내용에는 다다다협동조합 초기부터 조합원으로 있으면서 다다다를 지근거리에서 꾸준히 봐온 조합원인 윤서와 대화한 기록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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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할게. 

윤서: 서울에서 사는 윤서라고 해. 다다다협동조합의 일반조합원이야.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라는 단체의 상임활동가이기도 해. 다다다가 투명가방끈과 가깝다보니 출범부터 다다다를 지켜봤어.

       

Q. 윤서가 겪어온 주거의 역사에 대해 말해줄래?

윤서:  나는 본가에서 가족이랑 함께 살고 있어. 가족 전체가 지금 집으로 이사 온지 2년이 안되었는데. 그 전에 살던 집이 자주 생각이 나. 이전 집에서 10년을 살았고 아직까진 내 인생에서 그 집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길거든. 

그 집을 생각하면 마구잡이로 책장에 구겨진 책들이 생각나는데. 안타깝게도 부모가 사는 데 바빠 집의 미화에 큰 관심이 없어서 10년 내내 방치 되었어.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좁고 정리되지 않은 짐이 많은 집이었어. 그러다보니 개개인이 지나치게 밀접해있고, 사생활이랄 것을 크게 갖지 못했어.  집에 와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특히 힘들었던 시기였어. 그래서 엄마랑 지금 집과 예전 집을 비교하며 이야기하곤 해. 현관 크기, 쓰레기 처리하는 방식처럼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게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는지 알거든. 결론은 꼭 이사 와서 잘 됐다며 끝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코로나 시국에, 그 좁고 어질러진 집에서 보냈다면 굉장히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Q. 자기 방이 없을 때가 있었던 거잖아. 그때 네 생활은 어땠어?

윤서: 내 방이 없던 건 아니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의 방은 아니었을 뿐이지.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적응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 사랑하기 힘든 집의 면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정리하며 살려고 노력했던 거 같고. 늘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애썼고, 신경이 곤두서있었던 거 같아.

    

Q. 지금 본가에서 가족이랑 같이 살면서 뭔가 불편한 점이라거나 그런 건 없어?

윤서: 있지. 저번에 활동가 A네 집에서 월세를 내고 3개월 정도 살았는데, 내 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가고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와 사는 게 되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더 잘 해내고 싶었고. 가족과 사는 게 불편해서라기보다 앞으로 남들과 혹은 혼자 사는 걸 더 경험해 보고 싶어.     


Q. 혼자 사는 걸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다다다가 만들어질 때도 다다다가 만들 집을 셰어하우스 형태로 하느냐, 1인 1실 원룸형으로 하느냐, 얘기가 많이 오갔고. 혼자 사는 걸 선호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 것 같아?

윤서: 내 시간을 온전히 나 혼자 누리고 싶어서 인 것 같아.  같이 사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어느 정도는 동거인과 시간을 보내고, 보낼 수밖에 없잖아.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좀 길게 필요한 거 같아. 지금 겪고 있는 개인적인 상황 상 더더욱. 혼자 살면 집에 있는 시간이 모두 내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가 있어. 또 가족들이랑 덜 부딪히고 싶기도 하고. 나가 있었을 때 오히려 더 애틋해지는 효과가 있는 거 같기도 하거든. 그래서 혼자 살고 싶네.      


Q. 만약에 다다다가 집 지으면 입주할 생각이 있어? 만약 입주한다면 어떤 집이면 좋겠어? 

윤서: 사실 아직 내년 계획을 아직 안 세워놔서, 다다다가 짓는 집에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다다다가 만드는 집이 어떤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은 있어. 

우선 이웃과 어느 정도 교류하는 집이었으면 좋겠어. (1인 1실로) 혼자 살더라도 말이야. 다다다가 지금 만든다는 집도 그런 느낌이잖아. 일반 원룸을 임대하는 주체가 아니니까. 혼자 살되함께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서 대학 비진학자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그런 집이 됐으면 좋겠어 

    

Q. 커뮤니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는 지금 비진학자니까. 비진학자라는 위치 때문에 사회적 고립을 겪은 경험이 있을까?

윤서: 돌이켜보니까, 나는 내가 고립되기 쉬울 시기에 꾸준히 어딘가를 찾아갔더라고.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청소년센터를 찾아간다든가, 단체 활동을 하다가 지금하고 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던가. 그 가운데서 대학 비진학자를 꽤 만났고, 운이 좋게도 그 사람들과 내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 고립을 심하게 느끼지는 않았어.  이를테면 하자센터라는 곳에서 책모임을 했는데, 거기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내 또래들과 비진학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진진팟’이라는 영상을 찍었어. 진진팟은 ‘진전은 없지만 진정은 시켜드립니다’라는 뜻이야. 우리가 나누는 이 이야기들이 결국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것일지 몰라도 서로가 있으니 진정은 될 수 있다고 믿었거든.       


Q. 활동을 하는 이들 가운데 대학 커뮤니티가 강한 그룹도 있잖아. 그럼으로 인해서 네가 대학 비진학로서 부럽다거나 소외되고 있다는 감각을 더 느끼지는 않아?

윤서: 예전엔 많이 느꼈던 것 같아. 막 비대학 청년이 되었을 때 즈음. 페미니즘 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학 내에서 페미니즘 동아리 하는 사람들, 혹은 여성학과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 일상의 영역에 페미니즘이 있고 배울 수 있다는 게 좀 부러웠었지. 그런데 뭐 내 일상도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었고, 어쩌겠어. 부럽다고 대학 가기엔 이미 비진학의 길이 너무 좋아졌거든.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뭐 꼭 비진학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다양한 네트워크에 속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 그래서 요샌 학교를 알아보기도 하고 그러네.     


Q. 학교를 알아본다는 건 뭐야?

윤서: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기도 하고,  요즘 들어 생태적인 삶의 기술들을 배우는 데에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원래 인문학이나 교양을 공부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고갈된 인풋을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것들도 필요하고.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대안대학이나 생태학교 같은 곳들을 둘러보고 있어. 혼자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 가면 같이 공부할 수 있고 친구도 사귈 수 있으니까. 일단 생각해 보는 거지.

     

Q. 지금까지의 삶 동안 너는 계속 사람을 만나기 위해 어딘가 찾아갔다고 했잖아. 그 ‘찾아가는 어딘가’로서  다다다가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해줄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일까?

윤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봐. 다다다가 만드는 집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도 1순위가 대학 비진학자고 그래서 비진학자에게 (입주 시에) 가산점을 주잖아. 제대로 홍보만 되면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회 곳곳에 흩어져있고 살기에 바빠, 제대로 목소리 내지 못하고 그 존재도 잘 보이지 않는 비진학자이잖아. 다다다가 작은 거점이 되어서 비진학자를 모으고 또 네트워킹될 수 있도록 한다면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 같네.     


Q. 그렇다면 다다다에서 하고 싶은 커뮤니티, 모임, 프로그램 같은 게 있을까?

윤서: 지금 생각나는 건, 비건 반찬 만들기 모임. 식사는 매 끼니마다 마주하게 되는 문제잖아. 먹거리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1인 가구니까 반찬을 함께 만들어 먹으면 서로 밥 먹을 때 도움이 될 거 같아.   

   

Q. 네가 비건으로서의 삶을 사는 데에 함께 해줄 공동체가 있으면 너에게 좋을까?

윤서: 응. 비건으로 함께 사는 건 또 다르잖아. 가깝게 살게 되면 그만큼 힘이 되고 도움이 되겠지. 동물권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고통 없는 요리를 함께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을 같이 먹는 거지. 맛있는 비건 음식을 먹고 비슷한 기쁨을 나누는 것. 그런 공동체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  


Q. 다다다가 그런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담을 수 있는 공동체였으면 좋겠다, 그치.

윤서: 맞아, 좋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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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저(인터뷰어)는, 이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잘 못 살고, 어떤 부분에서는 잘 살고, 이사를 하고, 또 이사를 하고……. 다다다협동조합 조합원이 아니었더라도 그 자리에 오롯이 있을 삶의 경험들입니다. 사실 우리가 다들 겪고 있는 것들이잖아요. 나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다는 욕구, 사람을 만나고 싶은 바람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다다다에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사소한 주거 문제를 느낀 사람들. 자신의 주거환경을 끌어올려줄 방 한칸과, 따로 또 같이 사는 소소한 문화를 원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다다다가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은 당신이 조합원이 아니라면,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당신의 마음에 가닿은 바가 있다면 조합원으로 가입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다다다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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