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타-라 꾸이아까-비야손-우유니
[우유니 갈 수 있을까?]
남미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우유니만큼 우리를 설레게 만드는 곳은 없을 것이다. 오늘 그 우유니를 향하는 날이다.
보통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경우 위에서 내려올 때는 페루에서, 밑에서 올라갈 때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두 곳에서 출발하면 환승할 필요 없이 직행버스가 있고, 국경에서 입국심사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타에서 출발하는 경우는 조금 복잡했다. 살타에서 아르헨티나 최북단 '라끼아까'에 도착하고, 걸어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 입국심사를 받고, 볼리비아 국경 '비야손'이라는 동네에서 버스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한 후 우유니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했다. (글로 적었는데도 복잡하다;;)
살타-라끼아까-볼리비아 입국심사-비야손 국경-비야손 버스터미널-우유니의 코스인 것이다.
[남미의 버스]
지금은 밤 11시 30분, 오늘 낮에 예약해 놓은 자정버스를 타기 위해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번 여행을 하며 수없이 국경을 넘었지만 장거리 버스로 국경을 넘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이 됐다.
7시간 30분의 버스로 아르헨티나에서 이동하고, 볼리비아에서 또 7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총 14시간 버스이동이라는 정신 나간 일정이었다. 이 긴 시간 동안 잠은 잘 수 있을지, 또 자는 동안 누군가 내 짐을 가져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빠니보틀같은 베테랑 여행유튜버들도 남미버스에선 짐을 털리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 기우는 아니었다.
12시 10분 원래 출발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더 늦게 버스가 승차장에 들어왔다. 남미에서 시간이 10분 20분 넘는 건 그러려니 하게 된다. 버스에 타기 전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버스는 생각보다 쾌적했다.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게 USB포트도 있었고 의자는 160도 정도 젖혀질 정도로 편안하게 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편안한 환경 덕분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잠에 빠졌다.
아침 7시 라끼아까에 도착하기 직전 저절로 눈이 떠졌다. 혹시나 지갑이나 핸드폰을 털리지 않았는지 체크했지만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 조금 안심을 한 후 창밖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 위로 핑크빛 구름이 흩뿌려져 있었다. 일출이 얼마 지나지 않았나 보다.
[걸어서 국경 넘기]
라끼아까 버스터미널에서 나오니 다른 도시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다. 위아래로 길쭉한 아르헨티나 답게 최남단 '우수아이아'와의 거리는 무려 3650km나 떨어져 있었다. 새삼 이곳이 아르헨티나의 최북단이라는 것과 '지금이 아르헨티나에서의 마지막 순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런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한 시간 뒤에 볼리비아 비야손에서 우유니로 넘어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실질적으로는 시차 때문에 두 시간 뒤 버스였긴 했다.)
입국사무소에서 일처리는 역시나 예상대로 느긋하게 진행됐다. 나만 버스시간 때문에 안달 난 건지 입국사무소의 직원은 비자발급에 한껏 여유를 가지고 일을 처리했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를 넘어갈 때 순식간에 일처리가 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하지만 인상 쓰고 있으면 비자발급을 거절할 수도 있으니 한껏 웃으며 '괜찮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속으론 '제발 빨리빨리 좀 해'라고 외쳐댔지만...
다행히 별문제 없이 비자발급은 완료되었고 무사히 비야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탑승까지 남은 시간은 40분. 아주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게 촉박한 시간도 아니었다. 일단 국경을 넘었으니 환전을 해야 했다. 볼리비아는 카드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나라였기 때문에 환전을 꼭 해야만 했다. 일단 200달러 정도를 환전하고 택시를 탄 후 비야손 터미널로 향했다. (이땐 몰랐지만 우유니보다 이곳의 환율이 훨씬 잘 쳐줬다.)
[우유니로 향하는 길]
비야손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길바닥은 구멍이 파여 물웅덩이가 생겨있고, 깔끔하게 도로가 깔린 모습이 아닌 이곳이 흙길인지 도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버스 역시 아르헨티나의 깔끔한 버스와는 달리, 연식이 10년은 더 지난듯한 모습이었다. 새삼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볼리비아에 왔음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우유니는 어마어마한 고산지대이다. 비야손에서 우유니로 향하는 도중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 고도계 어플을 열었더니 해발 3000미터를 표시하고 있었다. 우유니는 3600미터 정도 되니 이 보다 더 할 것이다.
고산지대 볼리비아 답게 창밖의 풍경은 어마어마했다. 돌로 된 언덕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다른 남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진풍경이었다.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잠시 잠이 드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자 어느덧 우유니 버스터미널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