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EP01. 페루의 첫인상

친절한 페루 사람들

by 임지훈

[친절한 페루사람들]

20240322_193618.jpg 쿠스코의 밤

쿠스코의 버스터미널은 조금 외진 곳에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됐지만 문제는 유심이 없어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었다. 급한 대로 터미널 안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심 카드?"라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NO"였다.


하는 수 없이 구글지도를 보고 길을 따라 걸어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GPS는 데이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10분 정도 걸었지만 목적지인 아르마스 광장까지의 거리는 줄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걸어갈만한 거리는 아니겠구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앞으로 남녀커플이 지나가고 있었다. "Hola! buenas noches(안녕! 좋은 밤이야.)"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Cómo estás Armas? autobús(아르마스 어떻게가? 버스로)" 할 수 있는 스페인어를 총동원해 길을 물어봤다. 다행히 그들 중 남자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저쪽으로 간다음에 왼쪽으로 코너를 돌면 돼. 그리고 길을 가로지르고 길을 따라 올라가면 버스정류장이 나올 거야." '세상에 한국어로 설명해 줘도 알아듣지 못할 거 같은데...' 멘탈이 붕괴되는 순간이었지만 일단 급한 대로 감사인사를 전하곤 천천히 기억을 되뇌며 길을 나섰다.


'쭉 간 다음 코너를 돌아서 길을 건너라고 했는데... 이횡단보도를 말하는 건가? 아님 다른 쪽으로 건너는 저 횡단보도?' 불행히도 그곳에는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가 3개나 있었다. 게다가 페루의 차들은 다른 동네와는 달리 사람이 있던 없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다녀서 건널 타이밍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그때, 아까 길을 알려주었던 그 커플이 내쪽으로 뛰어왔다. 멀리서 온 동양인이 길을 헤매는 게 안타까워 보였는지 나에게 "버스정류장까지 안내해 줄게"라고 말하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천사 같은 사람이 있다니'


그는 "페루의 차들은 미쳤으니까 건널 때 조심해."라고 말하며 안전을 당부하며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다. 나도 마찬가지로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저기 오르막길에 버스정류장 보이지? 저기서 타면 돼." 그리고 본인을 의사라고 소개한 그 남성은 나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자신의 길로 돌아갔다. 이 아저씨 덕분에 페루의 첫인상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언덕 위의 숙소]

20240320_182605.jpg 쿠스코의 밤(2)

정류장에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기사에게 "아르마스?"라고 물었더니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몇 정거장 지나자 한 아주머니가 나를 툭툭 치며 "아르마스! 아르마스!"라고 말하며 내리라는 시늉을 했다. 버스에서 탑승할 때 한 아르마스라는 말을 기억하고는 여기에서 내려야 한다고 알려준 것이다. '세상에 페루사람들 너무 친절한 거 아냐?'


쿠스코 관광은 대부분 이곳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숙소도 아르마스 광장을 주변으로 위치하고, 식당, 투어사 등 모든 것들이 이곳이 메인이었다.

아르마스 광장의 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주황빛 조명이 광장을 수놓고 있었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남미의 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전해 보였다.


구글지도를 꺼내 내가 예약한 숙소를 따라 걸어갔다. 숙소로 가는 길은 엄청난 오르막길로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 위치였다. 안 그래도 고산에 위치한 도시인데 언덕을 올라가니 금방 진이 빠졌다. 이를 악물고 언덕을 올라가자 숙소의 입구가 보였다. 숙소는 조금 허름했지만 제법 갖춰질 건 다 갖춰진 곳이었다. 별도의 샤워실이 존재했고, 개인 짐을 보관하는 곳도 있었으며 조식까지 제공되는 호스텔이었다. 그리고 가장 멋진 점은 숙소의 가격이 1박에 단 돈 8천원...! 살면서 묵은 숙소 중 가장 저렴한 숙소였다.


침대 역시 가격에 걸맞지 않게 푹신하고 잠이 잘 오는 침대였다.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눕자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르 잠이 들었다.

keyword
이전 05화[볼리비아-페루] 쿠스코로 향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