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EP02. 쿠스코? 쿠스코!

잉카의 고도(古都) 쿠스코

by 임지훈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20240319_130308.jpg 비 내리는 쿠스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배가 아려왔다. 아무래도 어제 먹은 음식 중 뭔가가 문제였던 모양이다. 기억을 되돌이켜 보면 볼리비아에서 먹은 거라곤 버스에서 나눠주는 과자뿐이었고, 페루에서 먹은 건 중간에 들른 식당에서 먹은 치킨파스타가 유일했다. '비주얼부터 먹기 싫더니 역시나...'


오늘의 날씨 정보를 보니 오후부터 비예보가 있었다. 비가 온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을 했고 결국 숙소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숙소는 가격대비 나쁘지 않았지만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서, 비가 오면 더욱 곤란해질 것 같았다. 짧은 1박의 숙박을 마치고 '우유니에서 투어를 함께했던 분이 말해준 호스텔'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가격도 1박에 2만 원 정도로 2배의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20240319_115107.jpg 페루에서 먹은 김치찌개

숙소에 짐을 맡기고 시내로 나왔다. 시내라고 해봤자 숙소에서 아르마스광장까지 단 1분 거리였지만

하늘을 보니 일기예보대로 조금 구리구리한 하늘색이었다. 배도 아프고 날씨도 안 좋을 때 생각나는 건 역시 한식당이었다. 멕시코시티에서 한식당을 방문한 이후 오랜만에 방문하는 한식당이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익숙한 한국의 냄새가 풍겨왔다. 역시 한국인은 한식이야...!



[콜라는 코카콜라 but 페루엔 잉카콜라]

20240319_140624 (1).jpg

페루 하면 생각나는 관광지하면 마추픽추지만, 페루 하면 생각나는 음료수 잉카콜라로도 유명하다. 일단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잉카콜라라니...! 물론 잉카시절부터 먹었던 콜라는 아니고 100년 정도의 짧은(?) 역사지만 페루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음료였다.


우유니에서 만났던 여행객 중 한 명이 잉카콜라를 극찬해서 그 맛이 궁금했는데, 마트로 달려가 바로 잉카콜라 구경에 나섰다. 마트의 냉장고 한 구석에는 노란색으로 빛나는 콜라가 영롱한 빛을 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나중에 마추픽추 가서 먹을 초콜릿과 함께 잉카콜라를 구매한 나는 마트로 나서자마자 콜라의 맛을 보았다. 그 맛은


"뭐지? 좀 묘한 맛인데?"


뭔가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맛이 훌륭한 건 또 아니고 뭔가 묘한 맛이었다. 마치 풍선껌을 음료수로 만들어 먹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콜라 같지는 않은 특이한 맛이었다. 그나마 유사한 맛을 떠올려보면

'얼박사 (얼음+박카스+사이다)'와 비슷한 맛?

그리고 이 날 이후 묘한 맛에 중독돼서 하루에 한 병식 사 먹게 되었다.



[페루의 음식]

20240320_122645 (1).jpg 맑은 하늘의 아르마스 광장

어제와 달리 오늘의 쿠스코는 푸른 하늘을 뽐내고 있었다. 배탈도 잠잠해지고 하늘도 맑아지자 텐션이 급격히 올라갔다. 남들은 쿠스코에 오면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우유니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덕에 이렇다 할 고산병 증세도 없었다.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기념품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투어를 판매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페루판 만남의 광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20240320_110806.jpg 산 페드로 시장으로 향하는 길

나는 광장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산 페드로 시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페루의 시장은 어떤 풍경일지 궁금했다. 물론 끼니를 해결할 필요도 있었고


시장에 들어서자 좁은 간격으로 상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비위생적인 건 아니었고 그저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 정육점이나 생선을 파는 곳도 있었고, 과일을 갈아서 음료를 판매하는 식당, 음식을 파는 식당도 있었다.


식당이 밀집한 쪽으로 들어서자, 낯선 동양인을 향한 호객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여기가 싸다. 맛있다! 이거 한번 먹어봐라!' 이런 내용인 듯했다. 어차피 먹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호객하는 분의 인상이 좋은 곳으로 들어섰다. 한국의 시골 할머니들과 비슷한 인상이어서, 먹는 걸로 장난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0320_112437 (1).jpg 페루의 퓨전 중식요리인 '로모 살타도'

간판을 봐도 무슨 음식인지 모르겠어서 옆의 사람이 먹고 있는 고기 덮밥을 가리키며 이걸로 달라고 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페루식 고기 덮밥이 나왔다. 이름은 '로모 살타도' 나중에 찾아보니 소고기와 토마토, 양파를 굴소스와 함께 볶은 페루식 퓨전 중식요리인 '치파'의 한 종류라고 한다. 맛은 남미에서 먹은 요리 중 세 손가락에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5천 원 정도밖에 안 했으니 만족도는 더욱 높았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의 음료가게에 들러 오렌지 주스로 가볍게 입가심을 해주고, 다시 아르마스 광장으로 복귀했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 카톡으로 미리 마추픽추 투어를 예약해 놓았던, 파비앙 여행사에 방문해 투어 금액을 결제하기 위해서였다. 마추픽추를 방문하려는 한국인들에겐 이미 유명한 이곳이라 그런지, 한국어로 된 투어상품 안내표가 있을 정도였다.


그는 "안녕하세요"하며 간단한 한국어로 나를 맞이했다. "내일 출발하는 마추픽추 1박 2일 투어를 예약했는데 비용을 지불하려고요." 242달러라는 꽤나 비싼 금액이었지만,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값이 이미 10만 원을 훌쩍 넘고 입장료 또한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꽤나 합리적인 금액이었다.

그는 "내일 다른 한국인 2명과 함께 이동하게 될 거야."라고 하며 내일 새벽까지 1층으로 오면 된다고 알려줬다. (물론 한국어는 아니고 영어로 말을 한다.)


드디어 내일이면 마추픽추 투어를 시작하겠구나...!



[쿠스코 길거리 둘러보기]

20240320_120459 (2).jpg
20240320_110556.jpg
20240320_121232 (1).jpg
페루의 골목 구석구석

점심도 먹었고, 투어 잔금도 치렀겠다. 오늘 하루는 큰 미션을 다 끝낸 기분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최근 들어 못했던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소에 방문했다. 빨래를 맡기고 골목 곳곳을 돌아다녔다. 거리에는 중간중간 페루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고, 골목에는 계단을 따라 화분이 장식되어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생각지 못한 즐거움을 느낄 때가 있다. 마추픽추를 가기 위한 거점 정도로 생각한 쿠스코였지만 막상 돌아다녀보니, 남미의 어떤 도시보다도 아름다운 도시였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었고, 골목은 세심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듯 작은 오브젝트 하나도 허투루 배치한 게 아닌 듯했다.


20240319_182246.jpg

시간이 지나자 해가 지고 달빛이 하늘을 감싸기 시작했다. 점차 하늘은 어두워지고 쿠스코는 노란빛 조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런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역시나 전망대일 것이다. 이 장관을 놓치기 아쉬워진 나는 발걸음을 전망대로 향했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었지만 그렇게 험한 길은 아니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쿠스코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은 남색빛으로 어두워져 있지만, 이에 대치하듯 빛나고 있는 노란 조명의 쿠스코는, 여기가 잉카제국의 수도였다는 걸 뽐내기라도 하듯 빛나고 있었다.

keyword
이전 06화[쿠스코] EP01. 페루의 첫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