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EP04. 흑인문화의 상징 할렘

Have You Ever Seen The Rain

by 임지훈

[비 오는 날에는 어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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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여행을 하다 비가 오면 하루의 일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정말 많지만, 뉴욕에서의 비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실내를 둘러볼만한 곳도 꽤 많기 때문.

비 오는 날을 위해 플랜 B로 보관 중이었던 일정을 꺼내 들었다. 미술관을 관람하거나, 뮤지컬 관람, 쇼핑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정이 있지만 내가 선택한 곳은 뉴욕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파리나 빈에서 미술관을 둘러보았을 때 만족도가 그닥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쪽에 영 흥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대체재로 선택한 곳이 바로 이곳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콜럼버스가 밀랍인형이 뛰어다니고 모아이석상이 "Gum Gum"을 외치던 그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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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본 소감을 말하자면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정말 눈 뒤집히도록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이곳저곳에 동물 관련 모형과 서식지+설명이 있고, 공룡뼈를 전시해 놓은 곳은 별도의 층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나도 어릴 때 공룡에 미쳐 살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며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흑인문화의 정수 할렘]

20240401_142345.jpg 할렘거리

꽤나 긴 시간 동안 관람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나는 시간 남으면 가야지 했던 할렘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할렘' 미국에서 차별받던 흑인들이 몰려들면서, 흑인문화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할렘은 이런 흑인문화의 성지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범죄의 온상과도 같은 곳이었다. 마약, 강도, 살인 등 온갖 범죄가 발생하는 곳이었다.


이런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그래도 안전해졌다. 할렘 중에서도 웨스트할렘은 재개발을 거치며 치안이 많이 괜찮아졌다고 알려져 있고, 이스트할렘은 아직까지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웨스트할렘을 천천히 둘러보며 맨해튼의 미드타운과는 어떻게 다른지 둘러보기로 했다. 물론 대낮이었기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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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움츠러든 상태로 할렘에 들어섰지만 생각보다 위험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고 뒤 이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쫓아가는 무법지대를 상상했지만, 흑인의 비율이 좀 높을 뿐 치안이 나쁘다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할렘에 들어서자 흑인 유명인의 얼굴을 새긴 벽화가 눈에 띄었다. 오바마 등의 유명인이 새겨진 벽면은 이곳이 흑인문화의 정수라는 곳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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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에서 밥을 먹을 겸 들린 곳은 실비아라는 식당이었다. 백종원 님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서 나온 적이 있는 식당으로 흑인들의 소울푸드를 판매하는 곳이다. 치킨과 와플을 함께 먹는 독특한 메뉴가 유명한 곳이다.

식당에 들어가니 종업원은 곧바로 콘브레드를 가져다주었다. 따뜻한 콘브레드에 버터를 발라먹으니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꽤나 기본기가 있는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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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가 넘어서 식당에 왔던 덕에 식당 안에는 그다지 많은 손님이 있지는 않았다. 내가 시킨 음식은 치킨+메쉬드 포테이토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빨간 벽돌에 실비아를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형태였다. 별거 없는데도 장소가 장소인지라 힙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기다리자 내가 주문한 따끈따끈한 치킨과 매쉬드 포테이토가 나왔다. 치킨은 바삭바삭한 KFC느낌이었고 맛도 꽤나 괜찮았다. 그리고 반찬으로 나온 콜라드 그린이 은근 맛도리였다. 치킨과 감자를 먹다 느끼해질 때 즘에 콜라드 그린을 한입 먹어주면 김치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12~16시에 방문하면 런치스페셜을 시킬 수 있었고 닭다리 튀김과 사이드메뉴가 14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추가로 주문한 코로나 맥주와 팁까지 25달러 정도로 즐길 수 있었다.



[예술가의 동네 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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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을 무사히 둘러본 후 저녁에는 타미스 건물로 향했다. 이 날로 예약해 놓았던 브루클린 투어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브루클린은 예술가들의 동네로 유명한 곳이다. 한 때 제조업의 성지였던 브루클린은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빈 공장이 늘어나고 치안도 안 좋아졌지만 비싼 물가를 피해 도망쳐 나온 예술가들이 브루클린에 정착하면서 이곳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한다. 뉴욕시도 이곳을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도우면서 지금은 뉴욕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브루클린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브루클린 대교일 것이다. 무한도전에서도 방문했던 브루클린대교는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인산인해였다. 혼자 왔으면 사진 찍기 정말 힘들었겠지만 투어와 함께 해서인지 어렵지 않게 인생삿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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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가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브루클린대교는 빛을 내며 반짝이기 시작했고 역시나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2달러를 내면 탈 수 있는 회전목마와 이곳의 명물 아이스크림 팩토리를 지나 우리는 브루클린대교를 건너기 위해 올라갔다.


맨해튼의 야경과 브루클린대교의 철제교각이 인상적이다. 130여 년 전 존 로블링이라는 사람이 이 다리의 건설을 추진했지만 도중에 파상풍 합병증으로 죽고 그의 아내가 이어받아 결국 완공해 낸 슬픈 이야기가 있는 다리이다. 그리고 추가로 이 당시 공사에 투입되었던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로블링의 아내와 뉴욕시장이 무엇을 원하느냐?라고 물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 달라 한 것이 지금의 '뉴욕 차이나타운'인 것이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로는 이 당시 다리가 지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우려로 이 다리를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이에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서커스 업자 바넘이 코끼리 떼를 이끌고 이 다리를 건너는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이지만 에피소드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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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대교를 건너 맨해튼으로 돌아오며 투어는 끝이 났다. 나는 저녁을 살 겸 주변에 있는 치폴레에 들렀는데 마침 마감시간 직전이었다.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종업원에게 "미안 나 치폴레가 처음이야."라고 종업원에 말하자 "괜찮아 천천히 골라. 너의 첫 번째 경험이라니 영광인걸."이라고 친절히 응대해 준 직원덕에 무사히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마감 시간에도 친절히 응대해 준 직원덕에 뉴욕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아졌다.


그리고 포장해 온 치폴레는 양이 정말 많았다. 절반 가령 먹고, 남은 절반은 다음날 아침에 먹을 정도로 양을 듬뿍 담아주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입점한다는 소식은 없으니 미국에 간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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