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EP03. 브로드웨이 그리고 메이저리그

뉴욕에서의 위시리스트

by 임지훈

[화려함의 극치 브로드웨이]

20240330_192814.jpg 조명이 반짝이는 브로드웨이의 밤

같은 날 저녁. 숙소가 있는 103st에서 50st로 이동했다. 뉴욕의 지하철역은 저렇게 숫자와 st가 적혀있어서 그걸 보고 이동하면 됐다. 50st 맨해튼에 가장 중요한 곳이다. 바로 브로드웨이가 있는 곳이기 때문.

브로드웨이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정신없이 빛나고 광고와 뮤지컬 전광판 등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브로드웨이는 단순히 전광판만 반짝이는 곳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뿜어내는 에너지 역시 대단했다.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물론 함께 찍으면 돈을 내야 해서 안 찍었지만), 거리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상으로만 봐도 느껴지지만 저런 춤과 스탠딩 코미디 등을 진행하고 길거리 관객들에게 돈을 받는 재미있는 시스템이었다.


브로드웨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반짝이는 조명만으로 가슴 뛰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조명의 반짝임 때문일까 아니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때문일까? 도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브로드웨이만큼은 정말 입을 벌리고 감탄만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메이저리그를 직관하다]

20240331_130032.jpg 뉴욕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

뉴욕에는 2개의 야구구단이 있다. 줄무늬 유니폼으로 유명한 뉴욕양키스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서재응 선수가 뛰었던 뉴욕메츠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내가 보고 싶었던 경기는 당연히(?) 뉴욕양키스의 경기였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하는 동안에는 양키스의 경기가 뉴욕에서 없었다. 하필 내가 있는 기간에 원전경기를 나갈 줄이야. 다른 지역이었다면 야구를 못 보고 돌아왔겠지만 뉴욕에는 두 개의 구단이 있는 덕에 대체재로 뉴욕메츠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20240331_115552.jpg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99센트 피자. 맛은....

이 날은 미리 동행을 구해놓았다. 페루 쿠스코에 있을 때 미리 카페에서 동행을 구해놓은 덕에 경기예매까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우리는 99센트 피자 근처에 있는 파리바게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고 다들 제시간에 만날 수 있었다. 이번 뉴욕메츠 직관 멤버는 나보다 형 한 명과 뉴욕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여동생 한 명이었다. 어쩌다 보니 쿠스코에서 마추픽추 멤버랑 같은 구성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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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 시티필드가 있는 곳은 내가 뉴욕에 처음 입성한 라과디아 공항 쪽이 있는 퀸스 지역이었다. 시티필드를 가능 방법은 지하철로 30분간 이동하면 되는 간단한 코스였다. 우리는 각자 뉴욕에 대한 소감과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 평소에 야구를 보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타필드로 이동했다.


시티필드의 내부는 꽤나 깔끔했다. 내부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팬들을 위한 굿즈샵도 있었다. 또 오늘 출전하는 선수들의 성적을 네온사인에 띄워주는 관객들을 위한 편의가 돋보였다.


하지만 이런 편의성이 돋보이는 내부와는 다르게 메츠는 팬들에게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뉴욕메츠는 메트로라이벌인 양키스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2015년을 마지막으로 지구(NL동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작년(2023)에는 1선발이었던 디그롬이 떠나고, 마무리 디아즈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5할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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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관을 한 오늘은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뉴욕메츠의 파란색과 함께 어우러져 푸른 하늘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오늘의 매치업은 VS밀워키. 이런 푸른 하늘과는 반대로 메츠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오늘이 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는데 이미 1차전, 2차전 모두 패배하며 스윕패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늘 역시 형편없는 타격을 보여주며 결국은 스윕패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를 직관하던 메츠의 팬들 중 한 명은 경기를 보다 "FUCK"을 외치며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비록 형편없는 경기긴 했지만 메이저리그를 언제쯤 직관해 볼 수 있을까 하는 나의 위시리스트를 하나 이룬 순간이었다. 응원문화는 우리나라 스타일이 훨씬 맘에 들지만 미국구장의 인프라와 엄청난 관중수용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경기내용 외에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이라면 선수를 소개할 때 스페인어로 먼저 소개하고 영어로 이어서 설명해 주는 점이었다. 메이저리그에 많은 선수들이 히스패닉인 점 때문인지, 아니면 이 날이 히스패닉 데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뉴욕의 높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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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는 경기력이었지만 메이저리그를 직관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오늘이었다. 나는 오후에 또 다른 동행 약속이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나머지 두 명은 소호에서 쇼핑을 즐기러 갔다. 다음 일정은 탑오브더락 전망대에 가 전경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이 일정도 역시 남미에서 미리 스케줄을 잡아놓은 일정이었다.


이번 동행은 나와 나이가 비슷한 여성분과 동행이었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 놓은 시간에 맞춰 록펠러센터 앞으로 갔다. 미리 예약해 놓았지만 30분 정도 줄을 선 후에야 전망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맨해튼은 정말 빌딩숲이라는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빌딩숲에서도 유난히 놓은 건물들이 있고, 또 독특하게 생긴 건물들이 눈에 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비슷한 모습의 빌딩들이 빼곡한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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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 빌딩에는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철근에 불과하던 건물들이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해가져서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과 노란 조명이 들어온 건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빼곡한 빌딩숲이 역설적이게도 탁 트이는 기분을 선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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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의 신화 할랄가이즈

전망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주린배를 채울 겸 할랄가이즈에 들렀다. 미국 길거리 음식의 성공신화를 자랑하는 할랄가이즈는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꽤나 유명한 프랜차이즈이다.


이런 할랄가이즈의 시그니처컬러는 저 강렬한 노란색과 빨간색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할랄가이즈의 인기 때문에 짝퉁들이 넘실대고 있었다. OO가이즈, 할랄보이즈와 같은 식으로 누가 봐도 짝퉁인 식당들이 진품인 듯 음식을 팔고 있었다. 물론 맛만 있으면 뭐든 상관없지만 기왕 방문한 거 원조집을 방문하면 좋지 않겠는가


찐 할랄가이즈에 방문한 우리는 콤보(치킨+양고기)를 주문했다. 노란 밥 위에 고기와 야채가 올려져 있고, 여기서 제공하는 빨간 소스와 화이트소스를 뿌려서 먹으면 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화이트소스가 정말 맛도리였다. 빨간 소스는 상상이상의 매운맛을 가지고 있었기에 약간만 뿌리면 됐는데 화이트소스는 듬뿍 뿌려져야 그 맛이 극대화되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왔을 때 할랄가이즈에 다시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양은 뉴욕의 절반이면서 가격은 뉴욕가격대로 받는 좋지 않은 가성비에 실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문제의 사이즈. 스몰 사이즈와 미디엄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호기롭게 미디엄 사이즈를 주문했는데 결국 미디엄 사이즈의 90퍼센트 가까이 먹다 포기하고 말았다. 알고 보니 미디엄사이즈 하나면 여자 2명이 나눠먹어도 충분한 양이라고 한다. 이걸 혼자 거의 다 먹으려 한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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