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EP02. 볼 게 많아도 너무 많은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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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훈

[뉴욕은 수도세가 무료다]

20240330_101652.jpg 아직 앙상한 나무들이 즐비한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 관람 후 예약해 놓았던 숙소로 돌아왔다. 남미의 저렴한 숙소에서 묵다가 뉴욕에 오니 숙소의 가격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예약할 당시 부킹닷컴에서 뉴욕을 위치 설정한 후 낮은 가격순으로 숙소를 정렬해 보았다. 세상에 제일 저렴한 숙소가 10만 원? 거기에 별점은 3점대. 생전 처음 본 평점의 숙소였다. 그다음으로 저렴한 숙소가 11만 원에 평점은 8점대인 숙소였다. 그나마 멀쩡한 숙소에 묵으려면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내야 한다니... 뉴욕의 살벌한 물가가 체감됐다.


그거 아는가? 뉴욕은 수도세가 무료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뉴욕은 맨해튼 한정이지만 어찌 됐든 뉴욕의 시민들은 상수도 요금은 내고 있지 않다.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가 유언으로 100년간 수도요금을 대납해 주라고 한 덕이다. 그 덕일까? 숙소에서는 정수기를 설치하여 숙소 이용객들이 무료로 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저렴한(?) 숙소였지만 숙소의 퀄리티는 꽤나 괜찮았다.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도 넓었고, 당구대, 탁구대, 과자 자판기, 베이커리 겸 카페까지 알찬 구성이었다.


20240330_101056.jpg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다음날 아침. 뉴욕에 온 사람들의 로망 중 하나일 센트럴파크에 방문했다. 운동복을 입고 센트럴파크를 뛰는 상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센트럴파크는 아직까지 추운 날씨 때문인지 가지들이 앙상했다. 하지만 이런 추위와는 상관없이 조깅을 즐기고 있는 뉴요커들이 아주 많았다. 물론 나처럼 여행객들일수도 있겠지만...


150년 전 뉴욕에서 센트럴파크 건립을 계획할 때, 많은 반발이 있었는데 건립자가 이에 대해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반박과 함께 계획을 추진했다고 알려졌다. 건물로 가득한 뉴욕에서 이런 휴식처가 없었다면 정말 그의 말대로 정신병원부지가 들어섰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나 역시 힐링이 되는 듯했다.



[뉴욕의 커피는 다를까?]

20240330_102205.jpg 훌루 광고. 그리고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

드 넓은 센트럴파크를 모두 돌아볼 수는 없었고 중간에 빠져나와 근처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역에 들어서니 '킬링이브'와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한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마 킬링이브의 한 장면으로 보이는데 훌루라는 OTT서비스 광고였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다음 목적지는 워싱턴 스퀘어 가든이었다. 주 목적지는 아니었고 '소호'를 방문하기 전 조금 걸을까 해서 미리 내린 곳이었다.


20240330_105326.jpg 보라색 깃발이 휘날리는 뉴욕대 건물

출구로 빠져나오니 뉴욕대의 건물이 보였다. 뉴욕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캠퍼스의 모습과는 달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교는 캠퍼스 부지가 따로 있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시스템이지만, 이곳은 독립된 캠퍼스 없이 이리저리 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었다. 조금 걷다 보면 보라색 깃발이 휘날리는 뉴욕대의 건물이 나오고 또 걷다 보면 보라색 깃발이 보여 '아 여기도 뉴욕대 건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이곳 뉴욕대 학생들에게 캠퍼스는 어쩌면 위싱턴스퀘어 파크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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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좋았던 스텀프타운 커피

근처에는 스텀프타운 커피가 있었다. 블루보틀과 함께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였다. 원래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나였겠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어떻게 다를까 싶어 따뜻한 라테 한잔을 주문해 보았다. 커피를 알지 못하는 이른바 '커알못'이지만 확실히 스타벅스 같은 커피보다는 풍미가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마셨던 프랜차이즈 커피 중 제일 괜찮았다. (그리고 저 자그마한 라테가 한잔에 5달러라는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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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마냥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밖의 날씨도 어느 정도 기온이 올라있었다. 워싱턴 스퀘어파크는 작은 공원이었지만 사람이 정말 많았다.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체스를 두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니 꾸리꾸리한 냄새가 퍼졌다. 대마초였다.

작은 공원 안에서도 한쪽은 평화롭게 캠퍼스라이프를 즐기는 학생들과, 음악을 연주하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는 대마초를 피고 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 나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20240330_124340.jpg 명품매장이 즐비한 소호

워싱턴스퀘어에서 빠져나와 조금 걷다 보니 명품매장이 줄지어 있는 소호에 도착했다. 가난한 여행객이었기에 사실 뭔가를 산다는 생각보다는 거리를 둘러보고 나이키 같은 매장에서 신발을 둘러볼 겸 방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호에서는 뭔가를 사지 못했고, 다음날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나이키 신발을 구매했다.


20240330_125700.jpg 캘빈클라인 모델 제니 님

소호에서는 쇼핑보다는 거의 구경에 가까운 일정이었고, 대문짝만 하게 걸린 캘빈클라인 모델 '제니'님의 모습만 건질 수 있었다. 블랙핑크 위상이 이 정도다.



[뉴욕의 코리안타운]

20240330_165310.jpg 뉴욕의 작은 한국 코리안타운

다음 목적지로는 반찬을 살 겸 코리안타운에 들렀다. LA에서도 한인타운에 들렀지만 뉴욕에도 작게나마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었다. 무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근처, 맨해튼 한가운데에!


제목 없음2.png 한국이 그리울 때 방문한 '우리집'

반찬을 살 겸 우리 집에 들렀다. 아 우리 집이 아니라 상호가 '우리집'인 반찬가게이다. 뉴욕 치고 저렴한 가격과 꽤나 퀄리티 있는 한국반찬을 판매하기 때문에 손님이 정말 많았다. 나는 이곳에서 계란말이, 볶음김치, 소불고기, 닭강정, 모둠나물을 구매했는데 3만 원 조금 넘게 나왔던 듯하다. 덕분에 매일 아침을 한식으로 즐길 수 있었고 밥값도 많이 절약됐다.


20240330_171255.jpg 지금 보니 선견지명을 가진 분들 (혹시 모르니 모자이크)

거리를 조금 걷다 보니 어디선가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외국인들은 그 앞을 말춤을 추며 지나가고 있었다. '뭐지? K팝 축제라도 하는 건가?' 호기심을 가지고 그 앞을 방문했더니 뉴욕 한인들이 대통령 규탄에 대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 당시만 해도 '한인들 사이에서도 민심이 좋지 않구나.' 하는 정도였지만 계엄령을 터뜨린 지금 상황에는.... 선견지명을 가진 분들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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