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남미에서의 마지막 그리고 뉴욕으로

아디오스 페루

by 임지훈

[리마의 일상]

20240328_114650.jpg 리마 아르마스 광장

어느덧 남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한 달 반정도의 긴 시간이었지만 못 가본 곳이 많아 아쉬운 일정이었다. 그만큼 남미가 볼 것이 많고 만족스러운 여행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다 보니 무리한 일정을 세우지 않고 리마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다른 남미 도시들보다 유난히 경적소리가 요란했던 리마의 소음도 그리워지겠지. 나는 버스를 타고 리마의 구시가지인 센트로로 향했다. 남미의 수많은 동명을 가진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지만, 낮이라 그런지 소문만큼 치안이 위험한 곳 같지는 않았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이곳을 오가고 있었고, 거리 한복판에서 EDM을 연주하고 있는 영감님도 있었다.


북적북적한 인파와 달리 리마의 아르마스광장은 그다지 볼거리가 있는 편은 아니었고, 나는 다시 미라플로렌스 쪽으로 발을 돌렸다. 낮시간대라 그런 걸까? 교통체증이 어마어마했다. 온갖 곳에서 클락션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버스 안은 창문을 열었음에도 열기가 빠지지 않아 불쾌함은 두 배가 되었다.

아까 내가 리마의 클락션 소리가 그리울 것 같다고 했었나? 아무래도 취소해야 할 것 같다.


20240328_135754.jpg larcomar에서 바라본 태평양

미라플로레스에 도착한 나는 바다를 바라볼 겸 쇼핑몰이 모인 larcomar로 갔다. 우리나라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서해나 동해바다지만 여긴 바라보고 있는 저 바다가 바로 태평양이다. 스케일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평소의 리마는 해무가 자욱한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푸른 하늘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푸른 하늘 위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근처에선 쇼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리마는 관광지로 그다지 선호되는 지역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멋진 풍경을 가진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줄 선물로 알파카 목도리를 쇼핑한 후 리마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공항으로]

20240327_091149.jpg 지나가며 찍은 리마의 정류장

리마공항으로 가기 위해 공항버스를 타면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일반 시내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상한 습관이 생길 때가 있는데, 내가 가진 이상한 습관은 교통비에서 돈 몇 푼 아끼려는 것이다. 이날도 역시 공항버스를 타면 편할 텐데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는 이상한 고집이 발동했다.


구글맵을 켜고 버스를 타기 위한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야 하는데 문제는 구글지도와는 다른 번호를 가진 버스들이 길을 다니고 있었고 도저히 공항을 가는 버스가 어떤 버스인지 알 수 없었다. 별 수 없이 옆에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에로 푸에르토 오토부스? (공항 가는 버스 맞아요?)"라는 질문과 함께 손가락으로 3과 4를 표시하며 몇 번을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콰트로라고 말하며 3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사실 시간이 꽤 지나 버스의 정확한 번호는 기억나지 않는다.)


5분 정도 기다리자 버스가 왔고 아저씨는 나를 붙잡으며 저 버스 아니라고 "no"라고 외쳤다. 다시 10분을 기다리자 아저씨는 다가오는 버스를 가리키며 저 버스를 빨리 타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연신 "그라시아스"를 외치며 감사를 표했다.


버스에 탑승한 나는 버스기사님께 공항을 간다고 했다. 아저씨는 "싱꼬(5 솔)"라고 했고 나는 교통카드를 찍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카드를 찍는 곳은 없었다. '아뿔싸 버스는 교통카드 사용이 안될 줄이야' 나는 열심히 주머니를 뒤적였지만 남은 건 3 솔밖에 없었다. "온리 트레스...(3 솔 밖에 없어요)" 나의 꼴이 불쌍해 보였는지 기사님은 웃으면서 3 솔만 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마지막까지 페루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시간 정도 이동했더니 어느덧 리마공항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밤의 일정은 리마에서 마이애미를 거쳐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하는 코스. 오늘 아침 30분 정도 마이애미행 비행기가 지연된다는 소식이 메일로 왔지만, 비행기는 추가로 40분이 더 지연되었다. 그 덕에 비행기가 제시간에 도착해도 2시간이었던 환승시간은 50분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 뭐 다음 비행기 못 타면 항공사에서 다음 비행기를 구해주겠지'


남미를 여행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바뀐 거 같다. 워낙 변수가 많은 남미라서 그런지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좋은 게 좋은 거지. 다 잘될 거야.' 하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어차피 걱정해 봤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조금 일정이 꼬여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어왔으니깐. 이렇게 큰 가르침을 준 남미에서의 일정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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