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오아시스 마을
[리마로 복귀 후]
거처 없이 48시간의 떠돌이 새활을 끝내고, 무사히 리마로 복귀했다. 사실 리마는 페루의 수도 기는 하지만 그리 치안이 좋은 동네도 아니고 이렇다 할 랜드마크가 있는 곳도 아니다. 그나마 치안적인 측면을 봤을 때 리마에서 부촌인 '미라플로레스' 지역이 안전하여 이곳에 숙소를 잡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숙소의 위치를 미라플로레스 쪽에 잡았다.
와라즈에서 리마로 온 후 바로 숙소로 이동해 체크인을 했고 몇 시간 남잠에 빠졌다. 버스에서 중간중간 취침을 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피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것이다.
꿀 같은 휴식으로 하루를 보낸 후, 완전히 체력이 회복됐는지 나는 또다시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이 정도면 당일치기 중독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오늘의 여행지는 '이카'라는 지역이다. 페루의 사막 마을인데 인공적으로 건설한 오아시스 '와카치나'마을이 유명한 곳이다. 참 생각할수록 페루는 여행지로서 큰 매력이 있는 나라이다. 잉카 유적지가 있는 쿠스코, 트래킹을 하기 좋은 와라즈, 안데스 산맥이 위치한 아레키파, 사막지역 이카와, 동쪽에 위치한 아마존 지역까지 한 국가에서 이런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참 멋진 일이다.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
리마에서 이카까지는 4시간 정도 소요됐다. 이카에 도착하고 끝이 아니라, 와카치나 마을까지는 툭툭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다르게 말하면 툭툭 기사님들과 흥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 사실 외국에선 우버를 이용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훨씬 선호하는 편이지만, 툭툭이 훨씬 저렴하기에 이 날만큼은 툭툭을 이용했다.
터미널에 내리자 역시나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역시나 터무니없는 요금을 제시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나 역시 택시기사에게 툭툭 요금을 제시했으니 거래는 진행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택시랑 툭툭의 요금은 몇 배는 차이가 나니까. 나는 쿨하게 "빠이"를 외치고는 근처 지나가는 툭툭을 잡아 가격을 물어보았다. 나는 말을 걸기 전부터 '얼마나 깎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물어봤지만 기사님은 양심적 이게도 블로그에서 본 가격을 제시했고 나 역시 쿨거래를 진행했다. 이런 바가지 없는 제안은 언제나 좋다.
와카치나에 도착하니 거대한 오아시스와 그 뒤로 펼쳐진 사구가 보였다. 이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일단 투어 예약을 위해 한 호스텔을 찾았다. 바나나 어드벤처라는 숙소였는데,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버기카 투어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었다. 숙소에선 4시 30분까지 숙소로 오면 된다고 알려주었고, 남은 2시간은 자유시간이라는 의미였다.
나는 천천히 오아시스 주변을 둘러보았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워낙 작은 마을이었기에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아시스 주변으로는 오리가 물가 근처에서 놀고 있었고, 또 오아이스를 둘러 식당과 기념품샵이 위치해 있었다. 나는 슬러시 하나를 구매한 후 오아시스를 바라보며 물멍을 때린 채 시간을 보냈다.
[버기카를 타보자]
시간이 되어 숙소 앞으로 가자, 투어에 참여하는 다른 투어객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가이드는 우리를 버기카에 태우고는 사막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처음 버기카에 타본 소감은? 버기카 투어는 허리가 건강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야 할 것 같다. 사막에 도달한 버기카는 언덕을 그대로 질주하면 튕기기 시작했고,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르며 즐기고 있었다. 허리가 안 좋다면 그대로 디스크가 터질 정도로 차는 신나게 튕겨댔다.
버기카는 그대로 가장 높은 언덕으로 질주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모두 내리라고 한 후 한 명씩 보드를 쥐어주었다. "무서워하지 말고 엎드린 채 그대로 언덕을 내려가면 돼" 그는 우리에게 샌드보드 타는 법을 알려주었고, 한 명씩 차례로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론 버기카보다 샌드보드가 훨씬 재밌었던 느낌.
몇 번 더 샌드보드를 타자 어느덧 시간은 해가 질 시간이었다. 우리는 사막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채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석양을 넋 놓고 바라본 게 포르투갈 포르투, 볼리비아 우유니, 그리고 페루의 이카 이렇게 3번이었던 것 같다.
모래사막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우유니에서 바라본 석양과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황금빛 모래들이 오렌지빛에 물드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자 우리는 다 같이 박수를 쳤고 그와 동시에 투어는 끝이 났다.
누군가 '와카치나 지역이 페루를 여행할 때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면 그렇다고는 못할 것 같다. 몽골의 고비사막이나, 북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등 더 넓고 접근성 좋은 사막이 많으니까. 하지만 사막을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았는데 마침 페루를 여행 중이라면 나지막이 추천하고 싶은 이카의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