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을 보다
[환승... 할 수 있겠지?]
사실 나는 비행기에서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다. 유럽을 여행 갈 때에도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 시차적응에 실패했었고, 이번 여행의 시작 지였던 LA를 갈 때에도 잠을 못 자고 결국 Jet lag에 시달렸다. 버스에서 꿀 잠을 자는 나인데 왜 비행기만 타면 잠에 들지 못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리마에서 마이애미까지는 6시간. 완전 밤 비행기였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면 뉴욕 여행이 시작부터 꼬일 수도 있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비행기에 탑승했고 결국 나는... 이런 걱정이 무안하게 꿀잠에 들었다. 야간버스로 단련된 취침능력이 효과를 발휘했나 보다.
비행기는 출발시간이 지연되어 1시간 10분이나 늦게 출발했지만, 비행에 속도를 좀 냈는지 도착은 50분 정도밖에 늦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다음 항공편 탈 수 있겠는데? 미국의 입국심사가 워낙 힘들어서 걱정이 좀 됐지만 지금은 아침 6시쯤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위탁수하물을 보냈다면 국제선-국내선 환승이라 짐을 찾고 입국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가방하나로 기내수하물에 실은 채 여행하고 있는 나에겐 걱정거리 하나는 덜은 셈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환승구역으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다행히 재빠르게 움직인 덕에 입국심사를 제일 먼저 받을 수 있었다. "어디 가니?" "환승이니?" "웰컴" 이런 간단한 질문과 환영인사를 마치고 짐검사 구역으로 이동했다. 짐 검사 역시 순식간에 진행되었고, 보딩을 막 시작하려고 할 때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할 수 있었다. '이거 징조가 좋은걸?'
[뉴욕에서 첫 끼는 역시]
뉴욕! 미국의 수도는 아니지만 세계의 수도! 많은 사람들의 로망과도 같은 곳이다. 나 역시 뉴욕에 대한 기대가 컸고, 비행기 내에서도 오프라인 저장해 놓은 뉴욕 관련 영상도 계속해서 시청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반복 재생으로 계속해서 들었던 음악은? 당연히 'empire state of mind'
라과디아공항은 리모델링한 지 5년도 되지 않아 정말 깔끔하게 변모한 상태였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1주일권을 발급하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한 곳으로 이동했다.
비행기에서 오프라인저장해 놓은 프로그램을 시청했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서진의 뉴욕뉴욕' 이서진 님의 "뉴욕에 오면 첫끼는 무조건 딤섬이야"라는 말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차이나 타운이었다. 이서진 님은 징퐁이라는 식당을 갔지만, 리뷰가 그다지 좋지 않아 좀 더 저렴하고 리뷰가 좋은 중식당을 방문했다.
내가 대체로 방문한 곳은 상하이 21이라는 식당이었다. 아침이었지만 벌써부터 만석이었고 내가 주문한 음식을 받을 즈음에는 줄이 늘어져 있었다. 뭐 먹을까 고민하다 샤오롱바오와 회과육덮밥을 주문하였고, 한입 맛보자 오랜만에 맛보는 자극적인 매콤함에 기분이 업된 채 뉴욕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뉴욕의 첫 끼는 중식 맞네'
뉴욕은 3월 말이었지만 아직까지 늦겨울의 날씨였다. 우리나라에선 벚꽃이 피고 있을 시기였지만 여기의 나무들은 아직까지 앙상한 가지만이 보였다. 따뜻한 남미에서 와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기온이 3도 언저리였으니 확실히 정상적인 봄 날씨는 아니었다.
뉴욕에서는 방심하면 돈이 후두두 쏟아져 나갔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여행을 하려면 미리미리 계획을 짜놓는 것이 중요했다. 우선 나는 저렴한 뉴욕여행을 위해 구매했던 뉴욕빅애플패스를 위해 타미스 고객센터에 방문했다. 나는 자유의 여신상 크루즈+탑오브 더락 전망대+뉴욕자연사 박물관+브루클린 투어 이렇게 4개의 투어로 구성했다. 타미스 직원에게 자유의 여신상 크루즈 당일 이용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보통은 당일 이용은 힘들지만 혹시 모르니 크루즈 탑승하는 곳으로 방문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오늘 못 타더라도 내일 이용할 크루즈를 예약하라는 말과 함께.
[뉴욕찬가 紐約讚歌]
이날 뉴욕의 찬바람은 매서웠다. 패딩을 사야 할지, 비싼 물가를 생각하면 버텨야 할지 고민하며 20분 정도 걸었더니 선착장에 도착했다.
"혹시 오늘 크루즈 탈 수 있을까요?" "럭키 지금 시간대 딱 한자리 남았어."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빨리 가봐"
그 말을 듣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탑승구에 도달했고 무사히 탑승을 완료할 수 있었다. 오늘은 간당간당하게 시간을 맞추는 게 컨셉인 날인가 보다.
크루즈는 허드슨강을 가로지르며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갔다. 강 옆으로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빼곡히 장식하고 있는 게 장관이다. 날씨는 추웠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펼쳐진 빌딩숲은 역설적이게도 탁 트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나는 선실 내부와 외부를 왔다 갔다 하며 추위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썼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뉴욕 하면 생각나는 건축물 1순위가 내 눈앞에 등장하니 뉴욕에 온 것이 새삼 실감 났다. 선실 밖은 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재난이 생기면 가장 먼저 부서지는 건축물 1순위지만, 다행히도(?) 여기선 부서지지 않은 상태였다.
크루즈 투어는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강바람에 추위에 떨어야 했고, 자유의 여신상에 직접 들어가는 것도 아닌 멀리 크루즈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코스였지만 너무나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대체 뭐라고 이렇게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