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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따라가는 사람 Oct 07. 2022

칼럼|우리는 여전히 디지털을 모른다②-디지털 세대격차

#세대격차 #디지털 세대격차 

돌이켜보면,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고대 이집트의 로제타스톤에도 세대 갈등이 기록되어 있다는 풍문(사실은 거짓이라고 한다)은 이러한 갈등의 존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준다. 또 다른 예로 고대 수메르 점토판에는 “너는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놀러만 다니느냐? 네 형제는 안 그러는데 왜 너만 그러냐? 열심히 공부해서 존경받는 직업 - 아버지의 직업인 필경사 -을 가져라"라고 책망하는 아버지와 변명하는 아들의 대화가 있다(출처: 새뮤얼 크레이머 저 ‘모든 것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책 표지(출처: amazon.com)


그렇다면, 지금의 디지털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갈등도 과거와 같은 세대의 차이로만 이해하면 될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디지털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갈등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과거 아날로그적 시대에는 정보의 영역적 차이, 경험의 유무에 근거한 차이였다면 지금 디지털 세대와의 차이는 '정보의 양과 질의 격차'이다. 쉽게 말해서, 과거에는 젊은 세대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다면,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정말로 더 알고' 있다(물론, 기성세대가 더 알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젊은 세대들은 여러 가지 플랫폼을 통해 그 영역마저 충분히 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정보의 양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정보의 질과 양이 과거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IBM은 2020년을 기준으로 하루에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이 25억 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더 많으면 많았지 줄어들었을 리가 없다. 즉, 지금의 디지털 세대들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제된 또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계속 접하고 습득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디지털이 선택이자 사후 발생 요건이었다면, 이들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공기 같은 존재였으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빨리 접하고 빨리 판단하고 빨리 폐기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조각을 모아서 원하는 모양으로 재조립하고 재해석하는 것이 익숙하다. 즉, 기성세대들이 볼 수 없고, 보려고 하지 않으며, 필요를 못 느꼈던 정보를 만들고 찾아내는 세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방송 프로그램 「뿅뿅 지구 오락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을 설정하고 출연진에게 지시하는 입장이었던 PD가 디지털 세대의 출연진에게는 되려 상황 설정을 요구받고 생각하지 못한 디지털 활용으로 트릭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이런 세대에게 기존 세대들의 정보 활용 인프라와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은가? 기성세대들이 어렵게 얻어낸 경험과 지식을 유튜브나 틱톡, 검색 결과 등을 통해서 더 빠르고 쉽게 접하고 얻고 이해(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니 아날로그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 중 상당수가 이들에게는 꼰대, 또는 현실 모르는 소리만 하는 잔소리꾼으로 비치는 것이다. 


과거의 일하는 방식과 직업관도 이들에게는 무의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예컨대, 기성세대에게는 90년대 말 IMF시대를 역경을 극복했던 시대로 기억하지만, 그 시대의 위기관리 방식이 이들에게는 큰 감흥이 없을 수 있다. 오히려 금을 모아서 나라 빚을 갚고 "배우자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고 회사에 기여하라"는 지시를 따랐음에도 결국 명예퇴직과 실직에 내몰렸던 시대로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이겨냈다는 감격보다는 '개인(나)'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쓰라린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숙지한 과거로부터의 교훈은 '나는 내가 스스로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당자강(當自強)의 논리가 우선이며, 여기에 엄청난 정보의 폭발적인 증가 경험이 결합되면서 자신만의 생활 방식을 중시하는 세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생각을 조금 더 확대하자면,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차원적인 갈등들도 이러한 디지털 세대 격차가 영향을 준 것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우리는 디지털을 아직 모른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디지털 불균형이 불러온 수없이 많은 격차와 차이, 그리고 여기에서 촉발된 문제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의 시간 동안 한국은 'Korean Wave', '한류', 접두사 '케이(K)'의 화려한 모습만 보아왔고, 이러한 빠른 융성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변화를 맞은 초기 시스템과 인프라스트럭쳐를 그대로 유지하고 그 위에 디지털 변화(Digital Transformation)를 얹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방식은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디지털과 디지털 세대(사용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고찰, 그리고 그 대응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눈부신 미래는 약속되지 않는다. 필자가 마치 닥터 둠(Dr. Doom.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 된 기분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디지털 정책을 만들고 적용하고 습득해야 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0.81명으로, 홍콩(0.75명)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나라다.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4%를 차지하고 있어 228개 시군구의 약 절반(46.9%) 수준이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이 한국이 처한 현실이고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한국의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기성세대가 기존 방식으로 이해하고 설계한 정책들은 이미 생산연령에 들어선 디지털 세대에 맞지 않는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놓쳐버린 변화의 시점을 따라잡으려면 무엇보다 디지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 이 칼럼은 필자가 기고 중인 온라인 뉴스 매체 파인드비(www.findb.co.kr)에 게재된 글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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