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말 그대로 디지털의 시대,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디지털화되었고, 사실상 IT기기의 도움없이는 일상 생활과 생업을 이어가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디지털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아직 멀었다'이다. 비록, 일상에서 IT를 풍족하게 사용하는 시대이지만, 필자는 '우리는 여전히 디지털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하나씩 되짚어보자.
첫째,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적 사고만을 유지하고 있다. 문서를파일로 만들어서 공유하고, IT기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디지털화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절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기본적인 사고와 생활방식을 광범위한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사고체계를 빠른 속도에 맞게 적응시키고 바꾸어야 하며,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쳐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Do It Yourself'라는, 마치 이케아의 가구 조립과 같은 키워드가 우리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특히 공공쪽에서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조금만 어려워도 누군가에게 IT기기 활용을 떠넘기고 자신은 결과만 받으려는 자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둘째, 사고가 디지털화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쉽게 결정하고, 쉽게 처리하려고만 한다'는 한탄을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판단할 만한 사례도 있겠지만, 너무 성급한 일반화라고 생각한다. 흔히 지금의 젊은 세대를 묶어서 MZ세대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세대 칭호에 반대한다. 흔히 말하는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M)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인데, 세대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른 세상에서 무려 20년 이상을 한 세대로 아우르는 정의가 과연 타당한가? 세대 변화에 대한 이해없이 지금의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기성세대와 조금만 달라도 "MZ세대라서 그렇다"며 이해를 포기하듯 단정짓는 태도는 아닌가를 경계해야 한다. 나이와 출생 시기, 그리고 IT기기 익숙도만을 가지고 새로운 세대인 것처럼 정의하는 것은 태어난 지역으로 정치성향을 구분하려드는 '지역색'과 다를바 없다(물론,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는 기존과 다른 세대이긴 하겠지만).
이들 세대를 이해하고, 이들에게 한국 사회의 미래를 맡기기에 앞서, 세대 격차와 행동 양식 변화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모바일을 손에 쥐고 디지털이 일상인 시대를 살아온 세대가 PC를 종이보고서를 대체할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세대는 정보의 습득방식과 이해, 그리고 활용 방식이 절대 같을 수 없다. 더 윗 세대들과의 소통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을 MZ세대라는 이름으로 구분짓거나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맞는 미래 사회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디자인해야 하는 것 아닐까?
셋째, 업무의 파악부터 시작, 결정, 결과분석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도 심도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말로는 DX(DIgital Exchange), DT(Digital Transformation)을 외치면서 기존의 인프라스트럭처와 운영 및 결정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전화나 메일로 업무에 대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광범위적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발생되는 일을 빠르게 파악해 신속하게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여전히 될 수 없다. 왜? 지금의 사회적 인프라는 여전히 아날로그의 토대 위에 디지털은 얹어두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아날로그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업무를 파악하고 지시하면서 '신속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정확하게 업무파악을 하고 처리했을 것으로 신뢰하기 어렵고, 어떠한 변화를 감수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흔히들 대한민국을 '디지털강국'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진정한 디지털강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을 지탱하는 사회구조의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회적 결정권을 가진 계층의 변화가 절실하다.
더구나 저성장 위기 속에 아날로그적 사고로 결정된 업무가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행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부터 스스로 이러한 변화에 뛰어들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나는, 당신은, 우리는, 디지털을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 이 글은 필자가 2022년 9월 26일 인터넷 언론인 파인드비에 게재한 칼럼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