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일구니 경영학을 알게 된다.
갑작스럽게 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그리고 그 기간에 우리 가족이 휴가를 간 지역은 잠깐 비가 오는 정도로 끝났지만, 사는 지역은 폭우가 쏟아졌다.
휴가는 즐겁게 끝났지만, 텃밭은 엉망이 되었다. 옆 텃밭에서는 길게 웃자란 고추 줄기가 우리 쪽으로 휘익 넘어와서 우리 밭의 작물을 덮어버렸고, 곧 빨갛게 익을 것처럼 통통했던 방울토마토들은 덜 익은 채 떨어져서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그래도 그 와중에 꿋꿋하게 버텨낸 열매들이 있는 것이 다행이랄까
휴가에서 돌아온 후 이틀 동안은 아침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텃밭을 정리하였다.
정리하다 보니 어떻게든 살려볼 만한 녀석들도 있고, 포기해야 하는 녀석들도 있다.
무엇보다 어렵사리 피웠던 아삭이고추의 꽃순이 모두 떨어져 버린 것은 속이 쓰리다.
그 와중에 "이것이 경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다.
첫째, 경영은 한 시라도 눈을 떼면 안 된다.
휴가를 가기 전 줄기를 서로 묶어주고, 지지대도 곳곳에 세워두었는데 나름 단단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비바람과 옆 집의 줄기가 쓰러져서 덮치는 등의 외부성(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오는 요인)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결국 문제가 발생할 때 바로바로 대응하는 Real Time Management가 되어야 하는데, 내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살아남은 것들을 유지하는 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원인의 제거와 문제의 해결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떨어지고 엎어진 열매와 줄기는 버리고 다시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넘어진 원인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시는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폭우로 가장 잘 자라고 있던 방울토마토 한 줄기가 꺾어져 있었다. 열매와 꽃이 많이 남아있는 가지인데...
셋째,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하면,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다행스럽게도 그 꺾어진 가지가 안간힘을 쓰면서 끝까지 버텨내고 있었다. 마치 내 꽃과 열매는 꼭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아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잘라낼까 고민하다가 일단 살려보기로 한다. 꺾어진 부분을 펴서 부목을 대고 가지고 있던 철사와 헝겊으로 접붙이하는 것처럼 잘 묶어주었다. 그렇게 며칠 지난 지금도 이 가지는 굳건히 살아있다.
마지막, 언젠가 선택의 순간이 온다.
모든 사업 아이템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계속 관심을 두고 꽃과 열매를 기다렸던 아삭이고추는 꽃이 피다 지고 피다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꽃이 잘 떨어져야 열매가 맺힐 텐데,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아마 며칠 안에 이 아삭이고추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 아이템 중 어느 하나라도 기업가에게는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새로운 아이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마치 텃밭에서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들은 솎아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모종을 심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올해의 텃밭 농사를 조기에 접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