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n Jan 30. 2023

디자이너의 단계별 고민

Junior designer v. Senior designer

우리 회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전 직원에게 설문조사를 한다.


기본적으로 지난 한 달간 자기가 속한 팀의 유효성 (Team effectiveness)과 함께 현재 자신의 직장 행복도(Work happiness)에 대한 질문이다. 매니저가 아닐 때에는 귀찮아서 건너뛰거나 그냥 그날 기분에 따라 답변을 했었는데, 매니저가 되고 나서야 왜 이 답변들의 중요성을 부쩍 느끼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 환경이라 직원들과의 라포(Rapport) 형성이 쉽지 않아 매니저에게 이야기 못하는 것을 익명을 통해 답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유효성 관한 질문 예시
・팀이 다양한 관점들을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격려 한다.
・내가 일하는 과업은 팀의 목표와 명확히 연결되어 있다.
・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 충분한 시간을 준다.
・팀에 강한 소속감이 있다.

직장 행복도 관한 질문 예시
・나는 현재 엄청나게 동기부여돼 있다.
・내가 하는 일에 엄청난 만족감을 느낀다.
・내가 직장에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감당할만한 수준이다.

위의 질문에 모든 직원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 5 단계(격하게 공감, 적당히 공감, 그럭저럭, 별로 공감 못함, 격하게 부정)로 답변한다.


요즘 우리 디자인 그룹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현재 재택근무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팀의 소속감과 연결성을 부양시켜 줄 수 있을까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팀의 유효성에 관한 질문에서 "팀에 강한 소속감이 있다"라는 설문에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노력들 중 하나로 디자인 조직 내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에게 각자 가지고 있는 강점과 성장하고 싶은 분야를 적어달라고 했다. (결과 분석은 페이지 마지막에)





때마침, 링크드인에서 My designer problems이라는 흥미로운 글을 보게 되었다. 주니어 디자이너와 시니어(경험 많은) 디자이너가 겪는 고민들을 서로 비교해서 설명했는데 (아래 표 참고),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짬이 찰수록)

내 디자인의 성공은 제품에 들어갈 때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에, 내 디자인을 구현하는 해당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려고 노력하며,

그러기 때문에 실제 디자인을 하는 시간보다 내 디자인을 설득하는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이며,

엔지니어가 구현해 놓은 개발 환경에서 내 디자인과의 차이를 줄이려고 끊임없이 소통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았을 경우 (특히 부정적인 피드백의 경우), 주관적인 의견인지 아닌지 파악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다음 프로젝트까지의 한가한 시간에 결코 조급하지 않고 충분히 심신을 충전시킨 뒤

간혹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엎어지더라도, 그때의 경험이 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우리 디자인 그룹에선 각자 가지고 있는 강점과 성장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결론만 말하면 개인차가 어느 정도 있지만 대체로 위의 내용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답변들을 했다.


업력(seniority)에 따라 나눠서 보면,


대체로 연차 5년 미만의 주니어 디자이너의 강점으로 비주얼 디자인, 인터액션 디자인 등 디자인 기술(Craft)과 관련된 것이 많았으며, 앞으로 모션 디자인, UX Writing 등으로 craft의 영역을 넓히고 싶어 했다. 또한 같이 일하는 다른 그룹 사람들(개발자/프로덕트 매니저)과의 관계 개선 및 프로젝트 우선순위 정하기 등의 소프트 스킬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


반면에, 5년 차 이상의 시니어 디자이너의 경우 디자인 전략 (design strategy), 스토리텔링, 시스템 디자인, End-to-end 디자인, 개념적 사고 (Conceptual thinking), 우선순위 정하기(prioritization) 등으로 Craft 외적인 영역들을 강점으로 기술했다. 성장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선 리더십이나 멘토링 같이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싶어 했으며, 효과적인 프리젠이션이나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디자인 Facilitating 쪽의 역량을 더 발전하고 싶어 했다.



혹여나 이 글을 보고 디자인 기술보다 다른 스킬들이 더 중요하다고 오해를 안 했으면 한다. 디자인 기술(Craft)은 디자이너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기본기 없이 시니어가 결코 될 수 없으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을 때에도 디자인 기술로만 승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