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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 May 06. 2024

긴 호흡으로 멀리 가기

Hidden potential을 읽고



잠재력은 어디에서 시작하느냐 (where you start), 얼마나 높은 곳에 다다랐는지 (the height of the peak you've reached) 보다는 얼마나 그 높은 곳을 향해 멀리까지 가느냐 (how far you travel to get there)로 표현할 수 있다. 



Hidden potential에서, 저자 아담 그랜트는 잠재력(potential)에 대해 위와 같이 말하면서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낸 여러 사례들을  제시했다.


혼자 독학으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타다오 이야기 (그는 제한된 공간,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으며 그를 대변하는 노출 콘크리트 역시 타협에 결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에베레스트 등반에 실패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여성 최초 어드밴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앨리슨 레빈 (Alison Levine) 이야기 (같이 등반하기로 한 친구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던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마침내 오르게 되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30 중반 넘어서 너클 볼 투수로 다시 빅리그에 올라 투수로서 최고의 상인 사이영상을 받고 40 넘어서 은퇴한 R. A. Dickey의 이야기 (대학교 때 올림픽에 Team USA 선발투수로 출전해 동메달을 받을 만큼 유망한 선수였으나, 메디컬 검사에서 투수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면서 거의 모든 20대를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우주 비행사를 꿈꾸던 10세 소년이 7전 8기로 NASA에 엔지니어로 들어가 결국 우주 비행사가 된 José Hernandez의 이야기 (저자는 여기서 NASA의 인터뷰 프로세스가 José 같은 얼마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멀리 온 후보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어 이야기한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어느 한 시점에서 알아채기 어렵다. 힘든 시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체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오직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쳐 자신의 지나온 궤적을 살펴볼 때만 자신이 여행한 거리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p.126)




지난 수요일 (5/1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Changes, Challenges, and Chances in K-Startups amid AI ERA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주된 이야기 내용들은 AI 시대에 스타트업 설립자로서 회사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인지, VC로서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지 등 다양한 인사이트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그러나 난 그것보다 창업자들이 어떠한 비전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고, 얼마나 길게 달려오고 있는가에 눈길이 갔다. 


10여 년 전, 버클리 다니고 있을 때 처음 뵈었었던 Enuma 이수인 대표님은 지금도 아이들이 자신의 페이스로 학습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학습 플랫폼 (todo 수학, todo 한글)을 만들고 계시며, 버클리-스탠퍼드와 테니스 대회 때 스탠퍼드 쪽 교수님으로 참석해 주신 Alvis 이진형 대표님은 전기공학에서 뇌과학으로 박사 진로를 변경하신 뒤, 신경질환을 검사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시면서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키셨으며, 9년 전 사무실에서 만나 뵌 Moloco 공동 창업자 안익진 선배님과 박세혁 선배님은 그 이후로 꾸준히 회사를 키워, 2021년 기준, $1.5B의 기업가치로 유니콘을 만드셨다. 


회사 잘돼서 축하드린다는 말에, 박세혁 선배가 "그때 왔어야지"하며 농담을 하셨는데,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10년 이상의 긴 호흡을 감당할 깜냥은 전혀 안 됐다는 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인지 긴 시간을 투자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이고 귀감이 된다. 



작년 1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 반 째 나는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 같은 코스를 달리면서,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지?'라고 물으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할 때가 많다. 그러나 기록해 둔 앱을 켜면 어느덧 1000km 이상을 뛰었으며, 지난 10월 하프 마라톤을 처음으로 뛰었다. 물론, 내 기록이야 뒤에서 새는 게 더 빠를 정도로 형편없지만 난 그저 내 페이스로 꾸준히 뛸 수 있다는 점에 혼자 대견에 하고, 또 감사해하고 있다. 나 역시도 긴 여정을 위해,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오늘도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출발선에 다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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