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ner Game of Tennis를 읽고
나는 테니스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테니스를 치시는 부모님을 따라 아파트 단지에 있는 테니스 장에서 테니스 치는 걸 구경하기도,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 뒤로 간혹 칠 기회가 있었지만, 정말 제대로 쳤던 건 미국 대학원을 나와서부터인 것 같다. 금요일 저녁마다 삼삼오오 학교 테니스 코트로 나와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 열렸던 옆 학교 스탠포드와의 한인 대학생 교류전은 테니스에 몰입하는 데 충분한 동기 부여를 주었다. (사담이지만 지금의 아내도 학교 테니스 장에서 처음 만났다.)
상대방의 서브를 기다리면서, 앞에 전위에 있는 발리어와 사이드 라인의 간격이 넓음을 확인한 후, 생각대로 다운 더 라인, 위닝 샷을 쳤을 때의 기분은 짜릿 그 잡채다. 허나, 정작 중요한 게임에 들어가면, 실수를 안 하려고 소심하게 치면서 상대방에게 얻어맞았고, 결정적인 스코어에서 왜 이 포인트를 따는 게 중요한 가를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다 결국, 실수하여 게임을 망쳐버리기 일쑤였다. 분명 랠리를 하면 별 반 차이가 안나는 것 같은데, 게임에서는 왜 달라질까라는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졸업을 했다.
The Inner Game of Tennis (Timothy Gallwey 지음)라는 책을 통해 10년 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그 궁금증에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부제(The classic guide to the mental side of peak performance)에서 알 수 있듯, 최적 능력 수행에 있어서의 심리적 요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Timothy는 Inner game을 선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선, 역설적이게 게임에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애쓰려고 의식하는 순간(자아 1, Self 1이 개입되는 순간)* 오히려 부드러워야 하는 스윙이 다소 딱딱하게 변하게 되고, 전반적인 몸(자아 2, Self 2)의 균형을 흩트려 트러 실수를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Timothy는 두 개의 자아(selves)를 구별해서 이야기한다. 테니스 선수들이나 아니면 다른 운동선수들이 실수를 할 때 스스로 화가 나서 혼잣말로 중얼거리거나 욕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중얼거리는 잔소리 쟁이 (conscious teller)를 자아 1 (Self1)이라 하고, 이 잔소리를 듣고 행동하는(natural capabilities) 자아를 자아 2 (Self2)라고 명명했다.
날아오는 테니스 공의 실밥을 눈으로 주시하며, 공이 라켓에 닿을 때의 느낌과 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Relaxed Concentration)이 최고의 성과를 이룰 수 있게 하는 비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뚜렷한 목적지를 이미지 화 시킨 뒤에, 자아 2가 잘할 것이라 믿고, 결과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테니스를 치다 보면 서브 범실을 연속으로 하고 있는 데, 자아 2를 온전히 믿기 어려우며, 자기가 친 공에 대해 일희 일비하지 않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지난 홀에서 쭉쭉 뻗어갔던 티 샷이 다음 홀에선 힘이 잔뜩 들어가 OB 나는 것처럼 말이다.
Timothy는 스스로 느끼는 과정 없이, 외부적인 가르침에만 의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심각하게 빼앗긴다고 이야기한다. 선수들의 게임 영상이나 테니스 코치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따라 하거나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 나한테 맞는 스윙/기술을 찾아가는 데 가이드 역할로서만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테니스 선수들도 모두 체형이 다르고 운동 능력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 없다.
그리고 이미 이상한 스윙 습관이 생긴 사람에게는 그 스윙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새롭게 스윙 패턴(groove)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마치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 기는 것이 나쁜 습관이라 판단하고 이를 고친 것이 아니라, 걷는다는 새로운 습관을 별개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테니스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이기면 이긴 대로 진 상대편 선수에게 미안해서였고, 지면 진대로 기분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뒤, 게임은 서로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나와의 Inner game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을 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의 벗어나는 것은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자아 2가 있는 그대로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과 조절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며, 현재에 집중(focus)하는 것이라는 걸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애써서 잘 치려고 했던 것, 스코어에 연연했던 것들 모두 자아 2를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던 자아 1의 작품이었고 결과적으로 실수를 유발한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조절할 수 없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기회로 여기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는 메시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