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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 Aug 03. 2024

새로운 직장, 그리고 마음 가짐

New gig, different mindset

시장은 거절과 무응답으로 반응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초조해졌다.



4편, 새로운 직장 그리고 마음 가짐


회사 나오자 마자 진행되었던 onsite 인터뷰에서 미끄러진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 나름 이직도 해보고 이런 거절 경험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직전 회사에서 보낸 자동 거절 메일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전 회사에서 관심 있는 포지션이 나왔고 나름 내 경험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었는데, 서류 광탈이라니. 자고로 옛 연인에게는 연락하지 않는 게 원칙이거늘. (심지어 내가 회사 들어갔을 때 도와주었던 리쿠르터에게 따로 연락해서, 레이오프 된 사람들이 지원 못하는 기간이 있느냐까지 물어봤었다. 정말이지 너무 질척댔다.)



미국은 11월 말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많은 인터뷰 프로세스들이 중단되거나 지연된다. 직원들이 연말에 휴가를 많이 가서 인터뷰어들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연도의 회사의 전략과 계획이 어느 정도 구체화 되기까지 인력 채용을 잠시 중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수감사절이 가까워질수록,

구인 게시물이 줄어들수록,

지원한 곳에서 연락이 안 올 수록,


내년 상반기까지 더 길게 보자고, 덤덤히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건만,

점점 초조해지는 건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

.

.

.


그리고

1개월 뒤,


다행히 운이 좋게 추수감사절 이후 지원했던 회사 여러 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동시에 인터뷰가 진행이 되면서 인터뷰 준비와 프리랜서 프로젝트로 바쁜 연말을 보냈다. 내가 첫 직장에서의 HCM (Human Captial management) 프로젝트 경험을 좋게 봐준 지금의 회사(Rippling)에서 준 최종 오퍼에 사인을 하면서 5개월 간의 구직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에 다닌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 지난번에 내가 정했던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다시금 꺼내서 각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보았다.


1. 내 주위에서 많이 쓰는 product (2/5)


주변에 Rippling 쓴다는 사람들은 직전 회사 Atlassian 대비 많지 않았다. 대기업들은 이미 전통의 강호 Workday나 ADP, SAP, Oracle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더러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한 가지 위안이 되었던 건, 리서치 세션에 참여했을 때,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예상외로 높다는 점이었다. 또한,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마케팅 팀에서 뉴욕 지하철에 광고를 시작했다. 출퇴근 시 아니면 주말에 이동 시 회사 광고를 만나면 회사 직원으로서 뿌듯했다. 열심히 일해서 주변에서 더 많이 쓸 수 있게 해야지 생각하며 말이다. (혹시, 미국에 계시는 분들 중에서, 회사에서 Payroll, HR, IT management 관련해서 툴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알려주세요.)


2. 내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곳 (4/5)


오라클에서 부터 이어진 B2B SaaS 디자인도 어느덧 10여 년이 지났다. 나름대로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 레고 블록을 직접 디자인하는 것보다는 만들어진 레고를 가지고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완성품을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다양한 동료들과의 협업을 좋아한다. 실제로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적응할 겨를도 없이 급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크고 작은 개선 사항들을 디자인하여 고객에게 전달했고, 회사 매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제품의 디자인을 리딩했으며 다음 달 소프트 론칭을 앞두고 있다.


3.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 (4/5)


이 회사는 내가 머물렀던 조직 중에 가장 작은 규모의 회사이다. 급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당백으로 정말 많은 일을 처리하는 열정이 넘치는 동료들이 많다. 또한,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직군의 사람들 Marketing, Customer education, Finance, HR과의 협업을 직접하게 되고, 고객과의 소통도 직접하게 되는 기회가 왕왕있다. 예전 회사였으면 주어진 절차를 따라야 하고 여러 레이어를 거쳐야 했던 부분도, 여기는 '나 하기 나름'이다. 비 상장 회사가 어떻게 커가는지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4. 길게 봐서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곳 (4/5)


이 회사를 선택할 때 적었던 장점들(나의 B2B SaaS 디자인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급성장하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 기업의 재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디자인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은 5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이곳에 있으면서, 작은 규모의 회사일 수록 매니저들도 개별 프로젝트들을 끌고 가야 한다는 점과 생각보다 많은 동료 디자이너들이 과거 나와 같이 매니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에 매니저 포지션만을 고집했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6월 어느 날,

나를 내보냈던 전 회사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가 뉴욕에 출장 오는 데 시간 있냐며.


처음 문자를 받았을 때의 감정은 반가웠다. (사실, 인스타그램 친구라 회사를 나오고도 소식을 종종 주고받긴 했었다.) 만나자고 한 날이 가까워질수록, 왜 나였어야만 했는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Chan, you're in a good shape."


4년전 처음 봤을 때 이후로, 세번째로 직접 본 매니저가 나에게 처음 건낸 말이다.

반대로 그 매니저 친구는 정말 걱정이 될 정도로 몸집이 많이 커져있었다.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전 회사의 이야기와 전 직장 동료들의 근황을 전해 들었다.

많은 경험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서 좋은 기억이 많은 회사이기에,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면서

30분 가량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1년 전 이 친구와의 줌 미팅으로 시작된 나의 백수와 구직자 그 사이 이야기를

이 친구와의 직접 만남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다음 편에선 그 사이 기간 동안 느낀 점들을 모아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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